[단독] NHK 교양PD 92명에게도 전한 KBS스페셜 ‘앎’의 가치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만드는 NHK에서 제작기법 인정받아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 KBS스페셜 ‘앎’ 3부작은 인간의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소중한 가치들을 전한 수작이다.

“삶과 죽음은 같이 붙어있어 삶을 잘 살아야 죽음도 잘 사는 것 같다.”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게 중요하다.”

“하나하나 버리는 습관을 가지고 살아갈 때…”

지난 25일 끝난 ‘앎’ 3부작은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 생의 끝에서 꽃피운 깨달음을 담고자 한 다큐멘터리였다. 암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 4년 여간의 기록, 이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매회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과 감동을 남겼다.

뛰어난 다큐멘터리 ‘앎’은 일본의 공영방송 NHK의 교양 PD들에게도 제작기법에 대한 호평과 함께 큰 반향을 남겼다.

‘앎’ 3부작을 연출한 이호경 PD가 최근 NHK의 다나미 히로시 제작국장으로부터 ‘앎’의 제작기법을 가르쳐달라는 연락을 받고, 92명의 NHK PD들이 참가한 가운데 NHK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앎’의 제작방식에 대한 세미나에서 발표를 한 것. NHK PD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진 토론식으로 진행됐는데, NHK PD들이 모두 영상을 보고와 무려 4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고한다. KBS 다큐 제작역량을 NHK에서 인정해준 셈이다.

특히 NHK PD들은 다큐에서 있을 수 없는 영상을 KBS의 3년차 촬영감독(백우정)이 찍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KBS 영상제작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디지털시네마카메라의 운용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는 것.

한 NHK 고참 PD가 “노내레이션, 영화적 영상과 구성. 현업경험상 있을수 없는 다큐.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자와 짜고 찍은 다큐라고 100% 확신한다”라고 날선 공격을 가하며 세미나 분위기가 뜨거워지기도 했지만, NHK 다큐멘터리의 산 증인이라 불리는 안자이 히사시 NHK 이사는 “NHK PD들에게 큰 자극을 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와타 신지 CP는 “모든 소리가 절묘하게 배합된 사운드 디자인과 믹싱에 깜짝 놀랐다”면서 “분명 NHK를 능가한 작업이다”고 전했다고 한다.

‘앎’이 3부작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은 죽음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방법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삶의 끝자락에선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우리의 죽음은 아름다울 수 있는지. 평생을 죽음의 현장에서 봉헌한 에디냐 수녀로부터, 또 ‘아름다운 동행’의 젊은 4기 암환자 엄마들과 가족들로부터,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담아냈다.

지난 22일 방송된 1부 ‘엄마의 자리’에서는 젊은 암환자 엄마들의 투병기가 그려졌다. 아이들의 곁에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엄마들의 간절한 이야기는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의 가치를 일깨워줬다. 23일 방송된 2부 ‘서진아 엄마는’은 한 가족의 아름다운 이별 과정을 보여줬다.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는 함께 있는 날까지 평온하게, 또 행복하게 지낼 것을 약속하는 이 가족들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의 감동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안고 찾아간 곳 한국 최초의 호스피스 갈바리 의원에서 만난 에디냐 수녀와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은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또 죽음을 통해 내 삶을 비춰본다면, 인생을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가르침을 전했다.

‘앎’은 갈바리 의원에서, 또 ‘아름다운 동행’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와 깨달음을 들려줬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삶에 대한 성찰. 죽음을 부정하기보다는 언젠가는 올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를 통해 삶의 길을 찾으라는 뜻. 저녁노을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듯, 죽음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들이 안방극장에 따뜻한 파장을 전했다.

특히 마지막 3부에서는 제작진의 진정성과 노력이 ‘앎’의 깊이를 더했다는 반응이다. 실제 제작진의 가족은 4기암을 진단 받았다. 이 과정에서 찾게 된 ‘아름다운 동행’, 또 갈바리 의원에서 봉사자의 신분으로 기록한 삶과 죽음. 묵묵히 다가서고, 진심으로 담아내려는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로 방송 후 많은 시청자들은 오랫동안 ‘앎’에 대한 호평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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