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뚝…외환보유액 뚝…경상수지 뚝…눈물의 러시아

루블화 가치 올들어 8% 추락
유가하락에 경상 흑자폭 급감
외환보유 위축…추가 감소 불가피

소치올림픽 비용부담도 4배 늘어
러시아 ‘3중고’ 경제불안 확산

변동환율제를 통해 유라시아 금융허브를 꿈꾸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루블화 가치와 외환보유액가 감소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마저 적자 위기에 처하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소치올림픽 개최비용까지 4배 이상 치솟으며 자칫 올림픽 후유증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루블화의 추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변동환율제 등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위상 강화를 위해 추진하던 정책들에 제동이 걸렸다고 28일 보도했다.

실제로 루블화 가치는 27일 바스켓(달러ㆍ유로)당 38.36루블로 떨어져 지난 2009년 8월 이래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가중치를 제외한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달보다 4%, 연초에 비해 8%나 급락했다. 노무라 증권은 이같은 루블화 가치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져 달러당 33.4루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러시아 중앙은행은 달러ㆍ유로 이중통화바스켓에 의한 관리변동환율제를 2015년 완전 변동환율제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환율 변동폭을 기존 6루블에서 7루블로 확대하는 한편, 환율을 거래범위 내에 유지하기 위한 환율 개입액도 1억2000만달러에서 4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석유 의존도는 루블화 하락을 부채질하며 변동환율제 이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20억달러로, 555억달러를 기록한 지난해에 비해 42.3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셰일가스 개발 붐과 이란 핵 협상 타결에 따른 유가 하방요인을 고려하면 경상수지가 내년엔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시티그룹의 루이스 코스타 전략가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떨어지면 내년 상반기 경상수지는 올해보다 50%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며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변동환율제에 대한 경보음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달러 곳간도 빠르게 비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올 1월 5376억달러에서 7월 5138억달러로 위축됐다. 현재의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외환보유액 추가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앙은행의 전망이다.

한편 내년 3월 열리는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이같은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자칫 올림픽 개최비용이 개최효과를 초과하는 부작용이 발생, 경제에 하방압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영 가즈프롬 등 에너지기업의 억만장자 수장들에게 자금지원을 요구하는 등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들어가고 있다”며 “올림픽 유치자금은 기존 120억달러에서 급격히 증가, 최대 500억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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