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서 연인으로 풋풋한 감정표현 ‘심쿵’
‘복주’ 이성경과 실제 연인같은 호흡
“뭐든 해결해주는 복주같은 여자 만났으면”
남주혁(22). 잘 생긴 남자가 하나하나 연기를 다져나가고 있다. 최근에도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스타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체육대 2학년 수영선수 정준형을 차분하게 연기했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낮았는데도 복주 역의 이성경과 남주혁 두 남녀주인공은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저도 궁금하다. 드라마의 매력중 하나는 대본이다. 풋풋하고 설레는 청춘을 잘 그렸다. 저를 족제비 같다고 한 것도 대본에 쓰여있다.”
스포츠 드라마가 미니시리즈로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하지만 ‘역도요정 김복주’는 운동과 연애,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스포츠 드라마가 잘 안된 걸 몰랐다.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시청률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우리가 잘하는 걸 하자면서 했다. 그런 목표는 이룬 것 같다. 장르물과 멜로를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멜로는 8부 이후 조금 늦게 붙었다. 결과적으로는 나도 힐링한 작품이다.”
남주혁은 이성경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다가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풋풋하고 설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여자들의 심쿵 포인트를 조금 연구했다. 대본을 보면서 복주와 준형이 두 번 정도 연애하면서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처음 만난 연인들은 어떻게 할까? 애정 표현을 많이 할까? 대본 정서 내에서 최대한 보여주었다.”
정준형이 복주에게 접근하는 과정도 흥미를 주었다. 준형 입장에서 볼때 복주의 매력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다. 복주는 초등학교때부터 힘이 세고 남자들도 때리는 여자다.
“복주의 매력은 준형이 처음 겪어보는 여자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모든 걸 해결해주는 이런 여자가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좋겠다. 초등학교 동창이고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어색하지는 않았을까? 남주혁은 오히려 순수해서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준형이 복주가 의사를 짝사랑할 때 ‘너의 사랑을 응원해주겠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의 사랑을 코치해준다. 그 과정을 다 겪다 보니까 두 사람이 저절로 사랑하게 된 거다. 사실 현실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사랑하게 되는 커플이 엄청 많다. 실제 나도 초등학교 3학년때 그런 경험을 했다. 그 여자 아이가 6학년이 되자 날 좋아한다고 했다. 순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사랑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남주혁은 이성경과 마치 오래 사귄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대했다. 두 사람의 케미가 큰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과정의 감정선을 잘 쌓아왔다. 놀이공원, 바닷가, 오락실 인형뽑기 등 그들의 ‘연애짤’은 무척 다채롭다. 그는 “서로 호흡이 좋았다. 예전에 모델 화보도 같이 찍은 적이 있어 처음부터 어색함 없이 멜로신을 찍을 수 있었다. 애정신이 늦게 나와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남주혁의 캐릭터인 정준형은 어린 시절 엄마가 재혼하면서 버림을 받았던 인물이다. 큰아버지, 큰 엄마 밑에서 티 없이 자랐지만 상처가 없을 리 없었다. 15회에서 생모(윤유선)를 만나면서 보여준 감정연기는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슬펐다. 연기하면서 친엄마의 감정을 쌓아왔다. 15부의 리허설인데도 눈물부터 났다. 장면마다 눈물이 너무 나 감독님이 편집을 했을 정도다.”
출생의 아픔을 지녔던 정준형은 수영선수로서도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었다. 처음 나간 국제대회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한 후 스타트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훈련 땐 좋은 기록을 내다가도 큰 대회만 나가면 자꾸 스타트라는 브레이크에 걸린다. 하지만 이 불운의 수영천재는 스타트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해낸다.
남주혁은 “모든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트라우마 하나씩은 있다고 하더라. 이걸 극복해내는 일은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사람들에게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에 대한 모든 걸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