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70일 결산①] 숨가쁘게 달려온 특검,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남겼나

- ‘블랙리스트 수사’ 최대 성과,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 등 아쉬움도
- 공은 검찰ㆍ법원으로…“유ㆍ무죄 나올 때까지 만만치 않은 과정 예상”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진원ㆍ고도예 기자]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습니다.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고 정파적 이해관계 역시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박영수(64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대통령 지명 직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규명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안고 출범한 특검팀이 28일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사진=헤럴드경제DB]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측은 이날 오전 공식 브리핑을 통해 “황 권한대행이 특검연장을 불수용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황 권한대행의 연장 불승인에 따라 특검팀도 종료 수순에 돌입했다.

특검설치특별법에 규정된 20일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 수사를 시작한 70일 동안 특검팀 전원은 설 명절과 주말도 반납한 채 핵심 피의자들과의 법리 싸움에 매진해 왔다. 최 씨의 국정개입을 비롯한 여러 의혹을 동시다발로 파헤친 특검팀은 각종 수사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 등 외적 변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부분도 적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부분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사건이 꼽힌다. 특검은 의혹으로만 떠돌던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확인하고 정책 구상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주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과 정관주 전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블랙리스트 3인방’ 수사를 필두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로 꼽혀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까지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최 씨의 딸 정유라(21)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재학 중 학점 특혜 의혹 수사 역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혜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연이어 구속됐고 최종 책임자인 최경희 전 총장의 경우 두번째 영장 청구 끝에 구속해 집념을 보여줬다.

반면 해외도피한 정 씨는 특검의 칼날을 피해가는 데 성공했다. 현지 변호인은 정 씨를 한국에 강제로 돌려보내려 한다면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혀 장기간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막판 스퍼트를 낸 ‘비선진료’ 의혹은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 지 주목되는 대목 중 하나다. 특검팀은 최 씨 단골 병원의 김영재 원장을 비롯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을 연이어 조사하는 등 비선진료 과정의 위법행위 규명에 박차를 가했다. 김 원장의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를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도 냈다.

70일 수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대목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부분이 꼽힌다. 특검은 지난 17일 이 부회장에 대해 2번의 구속영장 청구 끝에 영장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뇌물공여)를 입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청와대의 반대로 경내 진입 압수수색이 무산되고,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걸림돌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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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우병우(50)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구속이 실패하고 삼성 이외의 대기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관심을 모았던 최 씨의 해외 재산은닉 추적도 해외 사법당국과의 수사 공조 등 현실적인 제약이 발목을 잡았다.

특검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이제 진실규명의 마지막 공은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특검 측은 수사팀이 해체된 이후에도 공소유지에 매진하고, 검찰은 특검 수사 자료와 인력을 인계받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 관계자는 “(향후 논의 등에 대해) 검찰과 협의를 하고 있고 법리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도 주목할 대상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특검 수사가 검찰에서 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했다”며 “수사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법원에 가서 최종적으로 유ㆍ무죄가 나올 때까지 만만치 않은 과제가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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