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끌어들여 ‘한반도 긴장 격화’ 엄포

北·러와 외교차관급 회담
한미연합 훈련 대응·사드 공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에 대한 대응이 경제 영역을 넘어 외교ㆍ안보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특히 이달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북한ㆍ북핵문제와 연계시키겠다는 의중까지 내비치고 있다.

신화망(新華網)과 중국신문망(中新) 등 중국 관영매체는 2일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에 이어 독수리 연합합동훈련에 들어갔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 격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 한반도 전문가 왕쥔성(王俊生)은 온라인매체 미래망(未來網)을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와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문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모순된 정책은 한반도를 화약고로 전략시켜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에는 한국과 동북아 국가들이 북한문제를 놓고 협력하는 컨트롤시스템이 있었다”면서 “사드 배치는 그간 협력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미중ㆍ미러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8일 북한과 러시아 외교차관급 인사를 불러들여 사드 문제와 한미 연합훈련에 맞서 북ㆍ중ㆍ러 3각 연대를 구성해 대응하려는 듯한 그림을 연출하기도 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북한은 산수(山水)가 이어져 있고,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중국은 북한과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원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김정남 암살 사건에 공분하고,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는 것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같은 날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는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과 만나 한반도 정세와 공동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은 특히 이 자리에서 중ㆍ러 양국이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결연한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전 우려를 존중하고 중국 이익과 국제ㆍ지역 전략 균형을 훼손하는 일을 하지 말고 사드 배치 진행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북중 접촉에서도 사드 문제와 관련해 모종의 연대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보다 사드 문제를 우위에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향후 북한ㆍ북핵문제와 동북아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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