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위기의 한류 출구는 민간 주도”

한한령(限韓令)으로 도전받는 한류는 어떤 길을 찾을 것인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사장 곽영진)이 한국문화경제학회(회장 김재범)와 공동으로 지난 5일 ‘한한령의 원인과 대응정책’을 주제로 합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중 간 정치·외교적 현안으로 떠오른 ‘한한령’을 중심으로, 현 사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아울러, 위기를 맞은 한류의 미래, 한중 문화산업 및 교류활동 전반의 정책적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김재범 교수(성균관대 경영학과·예술학과)는 ‘한한령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한한령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대응 전략을 제시하였다. 그는 “‘한한령’은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대해 중국에서의 기획·제작·유통·소비를 제한 또는 금지하는 조치”라며 “한국의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상민 교수(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문화 불행, 그 너머 <놀이 한류>’를 발표하였다. 특히 새로운 문화경제 개념으로 떠오른 게임화(Gamification)를 통한 놀이 한류 전략을 제안함으로써, 한한령 뿐만 아니라 뉴노멀 경제 침체 문제를 해결할 실천적 대안을 제시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문화산업정책 전문가 5인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소문’을 넘어 조직적으로 기획된 ‘한한령’의 실체와 향후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한 대응방안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유승호 강원대 교수는 “최근 사드 사태에 따라 진출 다변화 차원에서 ‘포스트 차이나’라는 용어가 부상하고 있는데, 중국 이외 동남아 등지로의 진출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현상으로 이를 새로운 진출 전략인 거 마냥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의 사드 사태에 대응함에 있어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최근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영화 <옥자>를 전 세계에 상영하는 것처럼, “OTT 라는 초국적성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국에 의지하지 않고 글로벌로 나아가고 있다는 액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창의인력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국내 전업 작가, 게임 PD, 방송 PD의 규모가 수적으로 너무 부족하며 그 조차 자본에 따라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며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수 한양대 교수는 “사드는 한한령의 원인이 아닌 트리거(방아쇠)에 불과하며, 십 여 년 전부터 중국은 자국문화산업의 보호·발전 차원에서 규제 및 제한은 계속해왔다”며, “한류가 정치·외교적 문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문화가 외교·국방 영역과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의 정부 주도적 한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부는 줄기세포로서 역할, 즉 민간 기업들이 뿌리를 뻗어나감에 있어 기반 조성 및 지원에 집중해야하며 이외 기업, 학계, 개인 등 각각의 주체별로 세분화된 역할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휘정 국회입법조사관은 “사드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전체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은 인정되나, 현 구조가 바뀌지 않은 이상 특단의 조치는 어렵다”며 “현재 한류산업의 체질 개선과 더불어 최근 사드 사태로 인해 끊겨진 한·중 민간 기업 간 교류가 끊기지 않도록 네트워크 기반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상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장은 “해외 현지의 자발적 한류수요를 유발시켜야 한다”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개발을 통해 한류커뮤니티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을 제공하고 응집력을 높여주는 활동을 기획 및 지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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