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멜로도 뒤통수, 이건 복합장르의 묘미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박경수 작가님, 이렇게 멜로 하기 있기 없기?

SBS 월화 드라마 ‘귓속말’은 반전이 어어지는 뒤통수 드라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보다 훨씬 더 큰 조직과 사회를 통찰하는 내공을 지닌 박경수 작가라 예상은 했지만, 한회에도 몇차례의 반전이 이어진다.

상대의 약점을 확보하고, 결정적일 때 이 증거를 내밀어 유리한 고지에 오르지만, 언제 당할지 모른다.

법비(法匪)를 응징하는 최종목표에 이르는 과정에는 수많은 꼬임 장치가 놓여있다. 또 이 과정에는 스릴러, 액션, 멜로 등 갖가지 장르가 겹쳐있다.


그런데 10일 방송된 5화 마지막에는 18%라는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신영주(이보영)와 이동준(이상윤)이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냥 키스가 아니다. 영주가 조폭 백상구(김뢰하)가 칼을 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제발로 적지에 들어간 동준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려고 하자, 이를 할 수 없도록 키스로 그의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장면을 두고 두 사람의 멜로가 ‘귓속말’에 득이 될 거이냐, 실이 될 것이냐를 따지기도 한다. 박경수 작가는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 등 전작에서도 멜로 없이 권력 파워게임을 통해 숨이 막힐 정도로 물고물리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어왔기 때문에 굳이 멜로신을 넣어 긴장감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어른 멜로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의 멜로는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르물의 공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고, 거대로펌 태백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금력 시스템, 즉 철저하게 감정이 배제된 공간에서 작동하는 남녀감정이 어떻게 연관될지를 볼 수 있는, 말하자면 멜로가 추가된 복합장르의 묘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백’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비정하고 무시무시할 정도인지는, 연인 사이인 강정일(권율)과 태백 최일환 대표(김갑수)의 딸 최수연(박세영)이 결혼을 못하고, 최 대표가 자신의 딸을 다른 사람(이상윤)과 결혼시킨다는 사실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신영주가 정의파 기자인 자신의 아버지 신창호(강신일)가 소신 없는 판사 이동준의 선고에 의해 감옥에 가게 돼 악연으로 만났지만, 태백의 권력시스템과 싸우는 과정에서 둘은 연대하게 된다. 두 사람의 멜로는 장르물의 재미를 조금도 해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있기에 멜로의 서막을 이런 식으로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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