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박한 선거일정 입장 못정해
보수-진보 대립구도 약해져 지난 17일부터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각 당 후보들은 로고송을 공개하고, 진세연, 산들, 장나라, 김연우 등 ‘아름다운 선거 홍보대사’로 뽑힌 연예인들은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과거 같으면 소수이긴 하지만 연예인도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곤 했다.
김대중 후보나 노무현 후보 시절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이명박(17대), 박근혜(18대), 문재인(18대) 후보시절만 해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의 명단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연예인들은 조용한 편이다.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 ‘특별시민’의 주인공인 최민식이 “대의민주주의의 처음이자 끝은 선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선거를 통해서 변화를 이뤄야 하고, 선거를 통해 우리가 앞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각 캠프에 얼굴을 내보이는 연예인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왜일까?
우선 이번 대선 분위기가 정상 일정이 아닌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인해 급박하게 시작됐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선거운동 기간도 20여일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빨리 돌아가는 선거일정상 선거 관련 이슈도 본질적인 것 외에는 별로 없다.
이와 함께 지난 대선처럼 진보와 보수가 첨예한 대립전을 보이는 선거양상이 아니라는 점도 연예인의 입장 표명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후보(더불어민주당)와 안철수 후보(국민의당)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양강 대결구도에서 누구를 지지할지를 밝히는 것은 별다른 프리미엄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보수층의 가세로 지지율이 크게 높아진 안철수 후보는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미 촛불 집회과 태극기 집회 등 탄핵 시국에 몇몇 셀럽들이 보여준 극단적 성향까지 알려지면서 연예인들도 SNS에 상식과 비상식에 관한 글들을 올린 바 있다. 특정 후보 지지보다 더 큰 그림, 예컨대 상식과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데 열의를 보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파장을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 정치 의식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한 평론가는 “이번 대선에서 연예인들의 열기는 잠잠한 편이지만 연예인도 국민의 한 사람인 만큼 정치 캠프에 참여하고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