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은 많지만 서양인들에 비해 일정은 촉박한 편이다. 휴가지에서 2~3주간 머물며 여유롭게 쉬고 있는 사람은 우리에게 여전히 로망이다.
이진주 PD가 ‘윤식당’을 기획하게 된 것은 한 편의 영화가 영향을 미쳤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먼터리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다.
펜타곤의 부탁을 받은 마이클 무어는 다른 나라의 장점만을 빼앗기로 선언하고 전 세계 침공을 시작한다. 일년에 8주 유급휴가와 13번 월급이 보장된 이탈리아, 프렌치 프라이 대신 미슐랭 3스타급 학교 급식이 나오는 프랑스 등등 9개국을 정복해나가는 내용이다.
이진주 PD는 “세계 곳곳의 장점들을 미국에 가져오고 싶은 것은 미국에도 그런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나도 부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의 여행문화도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제주도에서 몇개월간 체류하는 여행객도 있고, 외국에서 한달살기도 조그만 트렌드다. 외국한달살기는 여행객처럼 바쁘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생활하고 때로는 게으름도 피워보는 것이다.
이진주 PD는 “발리 본섬이나 ‘윤식당’ 촬영지인 길리섬에는 장기 체류 여행객들이 많다. 월급을 받으면서 2달간 휴가를 보내는 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이 부러웠다”면서 “‘윤식당’이 장기체류여행방식을 그대로 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그림을 맛보기 정도로 담는 데는 실패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자전거로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거나, 시장을 다니며 물건을 사는 일상성과 바다에는 거북이가 유영하는 자연의 모습이 그런 여행문화의 한 단면이다.
이진주 PD는 “‘삼시세끼’만 해도 집주변 풍경이나 읍내 환경 등이 마치 시청자들이 가 본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면서 “‘윤식당‘은 장기해외여행을 가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식당 손님의 한 마디, ‘2주동안 길리 섬에 머물다 내일 다른 지역으로 간다’거나 ‘여기 갔다 저기 간다’는 말로 여행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시청자에게 로망을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