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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가을 시사주간지 ‘타임’은 컴퓨터로 여러 인종의 특성을 합성한 여성의 얼굴을 특집판 표지로 발행했다. 타이틀은 ‘미국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이민자들이 어떻게 미국을 세계 최초의 다문화 사회로 만들고 있는 지를 다룬 기획이었다.
10년마다 인구조사를 하는 미국의 연방센서스에서는 2000년 조사때부터 응답자가 인종을 복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2000년 센서스 결과 약 700만명이 자신을 복합인종(Multi Race)라고 답했다. 2010년 센서스 조사결과에서는 자신을 여러 인종이 섞인 복합인종이라고 응답한 사람수는 900만명으로 늘어났다.미국인구의 2.9%에 해당한다.
미주지역의 한인 또한 유사한 맥락에서 정체성이 확장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인동포의 개념은 국적이 미국이건 한국이건 부모 양친이 모두 한국인인 100% 순혈 단일 인종으로 구분지었다. 하지만 이민역사가 120년을 넘어서면서 다인종·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한인 2세들은 타인종과 결혼을 통해 복합인종인 3세,4세를 양산하고 있는 추세다.
부모 양친이 모두 한국인이라는 범주에서 부모 중 어느 한쪽이 한국인인 한국계(하프 코리안·Half Korean)가 있고, 나아가 한국계가 타인종과의 사이에서 낳은 복합인종 한국계(Multi Racial Korean American)로 미주 한인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복합인종 한국계 미국인에 관한 관심과 이민자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운영되고 있는 뉴욕 소재 비영리단체 코리안아메리칸스토리(Koreanamericanstory.org)가 연방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당시 미주 한인인구 122만8427명 가운데 복합인종 한국계 미국인은 15만1555명으로 12.34%였다.
10년이 흘러 2010년 센서스 결과 미주 한인인구 170만6822명 가운데 복합인종 한국계 미국인은 28만3038명으로 16.58%로 늘어났다. 10년 사이 전체 한인인구수는 38.9% 증가했지만 복합인종 한국계 미국인수는 86.8%로 급증세였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 센서스에서는 복합인종 한국계 미국인수는 전체 미주 한인 가운데서 20%를 차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와 국경을 초월하고 민족과 인종이 뒤섞이면서 ‘순혈’이나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거의 무의미해지고 있다. 다문화와 다인종, 복합인종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주 한인을 규정하는 개념과 그 분포도(데모그래픽) 또한 확장성을 반영해 포괄적으로 한인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말 재외동포재단이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서울 롯데호텔에서 사흘간 주최한 세계한인학술대회는 이같은 시대적인 요구가 반영된 현장이었다.
재외동포재단과 재외한인학회가 주최하고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UCLA 아시아 아메리칸학 센터, 칼스테이트 도밍게스 힐즈, 아시아 태평양학 프로그램 등이 주관한 세계한인학술대회 북미 지역세션의 주제는 ‘글로벌 시대의 재미한인: 현재와 미래’였다.
이 자리에서는 조지 메이슨대학 김대영 교수와 미네소타 주립대의 킴 박 넬슨 교수, 그리고 칼스테이트 도밍게즈 힐스의 박정선 교수 등이 ‘한류 및 디지털화가 젊은 한인들과 지역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과 ‘초국적 이주로서의 해외입양’등에 관한 주제를 발표했다.
재미한인 커뮤니티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모습,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재미한인의 범주와 정체성에 대한 내부적, 외부적 논의, 한인 디아스포라에서 재미한인의 위치와 역할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의와 토론이 심도 있게 전개돼 한국 정부의 재미한인 정책이 보다 확장된 관점으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결론이 모아졌다. 복합인종 한국계미국인은 ‘다문화 한인’ ‘다인종 한인’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한인 사회 구성원으로의 편입은 미국사회에서 친한국적인 세력을 자연스럽게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국가위상과 국익외교에도 필요한 일이 되고 있다. 황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