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군함도’ 진짜 카타르시스는 따로 있다”

-“‘군함도’가 식민사관, 친일조장?“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개봉 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류승완 감독이 입장을 밝혔다.

‘군함도’는 대중성과 역사성을 다 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역사 왜곡 논란과 식민사관 조장 영화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류 감독은 3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보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식민사관과 친일 조장이라는 말은 상상도 못했고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건 나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 함께 한 배우와 스태프에게도 치욕적인 일이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한국과 일본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와 이에 기생한 미쓰비시사. 이렇게 잘못한 놈 하나를 패는 것은 너무 쉬운 방식이며 프로퍼갠더(선동)다. 친일부역자를 다루지 않으면, 반쪽 짜리 접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미리 친일파 이야기를 밝혔다면, 누가 친일파인지를 찾는 데 집중하게 됐을 것이다. 올바른 길을 안내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 그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일본의 과열된 반응에 대해서는 “그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재작년 몇몇 크루와 함께 조용히 하시마에 취재를 갔다왔는데, 우리에게 자문을 해준 재일 일본 단체에 일본 정부에서 연락을 해 물어봤다고 하더라. 일본배우 캐스팅을 위해 에이전시를 통해 접촉했는데, 아예 대본 전달도 안됐다.‘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물’이라는 저의 말을 일본 관방장관이 앞부분을 잘라 왜곡해석했다”고 전했다.

류 감독은 후반 ‘군함도’에 강제징용된 조선인의 탈출신이 허구이며 할리우드신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제 40명 규모의 집단탈출 시도가 있었다. 영화에 나온 탈출내용은 있을법한 얘기다”면서 “군함도에서 여러 차례 파업이 있었는데, 파업방식이 탈출 방식이 됐다. 이분들에게 자유는 조국해방 이전에 생존이었을 것이다. 아사 직전의 음식만 제공되는 등 인간의 기본 욕구를 빼앗긴 상태에서 이 분들의 열망은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그래도 할리우드 탈출극이라는 반응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욱일승천기를 찢고, 일본 경비소장의 목을 베는 것도 카타르시스를 위한 게 아니었다. 야마다 소장이 쓰던 군도를 박무영(송중기)이 사용한 것, 탄압당한 도구로 그 행위를 했다는 게 중요하다. 카타르시스라기에는 너무 어마어마한 상황을 맞는 것이다. 순간 카타르시스가 클 수 없는 영화다”면서 “진짜 카타르시스는 조선인들이 탈출하면서 모두 힘을 합쳐 탄광 운반벨트를 차전놀이 방식으로 세울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스크린 수 2000개가 넘는 스크린독과점에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스크린 독과점을 한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 저 스스로도 너무 화가 난다. 제작과 연출, 상영과 배급은 다른 영역이다. ‘군함도’이후에는 한 영화가 일정 수치 이상 스크린을 독점하지 못한다는 스크린 상한선이 법제화되길 강력히 바란다”고 밝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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