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대거 나왔다. 다른 기획사는 이렇게 하기도 어렵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SM엔터테인먼트의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팀이라는 독특한 프로듀싱 전략팀이다. SM의 해당가수에 가장 잘 맞는 곡을 뽑아내기 위한 팀이다. 가수에 맞는 노래 컨셉을 정하고, 춤과 뮤직비디오의 방향도 이 팀에서 결정한다.
단순히 가수에게 노래 배정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움에 도전한다. 가령 레드벨벳은 우리나라에서 소화하기 쉽지 않은 완전 팝 스타일이라 좋은 곡이어도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래도 밀고 나가 샛깔을 만든다. 소녀시대가 걸그룹으로는 이례적인 ‘I got a boy’ 같은 독창적인 곡을 부를 수 있게 된다.
A&R팀이 있는 음악제작기획사들이 이제는 꽤 있지만 SM은 규모부터가 남다르다. 사운드 엔지니어랩, 아티스트 기획실, 아티스트 개발실 등 무려 6개의 팀이 있다. 10년 넘게 운용해왔다. 여기서 SM 가수가 활동할 노래의 수급이 동시에 이뤄진다. 52주 대장정을 마친 SM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스테이션’을 포함해 일년에 무려 80~90개의 타이틀곡을 수급한다. 이를 총괄하는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 본부장의 말을 들어봤다.
“A&R팀에서 송라이팅 캠프를 개최하고, 국내외 차트를 분석한다. 전세계 700명의 네트워크가 있다. 이번에는 엑소에 이런 류, 사운드가 필요하다면 이런 유닛과 맞춰보고, 탑 라이터는 스웨덴, 그런 식으로 진행하며 전체적으로 조율한다.”
이 본부장은 “가수가 한 팀이면 시스템이 없이도 되는데 SM은 그렇게 해서는 커버가 되지 않는다. 요즘 가수, 연예인은 과거와 달리 음악이 안나와도 개인적으로 싱글을 내고 소통도 한다.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매니저먼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팀에 따라 의견이 다르고 시대적 트렌드도 반영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다 보면 한 곡의 가사 시안을 편균 30번 정도 받는다. 예컨데 엑소의 ‘콜 미 베이비’의 작사 시안은 무려 120개였다. 1차적으로 여러 시안들을 섞기도 하는 등 11개로 정리한다. 작사가만 4~5명이다. 작가가 스토리텔링의 가사를 만들어 실제 작사가와 멤버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한 줄 당 수십번 의논한다”면서 “앨범 하나를 1년 동안 만들면 편한데,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정서적인 걸 살려나가야 한다”고 고민을 밝혔다.
이렇게 A&R팀이 아티스트와 음악인, 작사가들의 시안을 가지고 분석 과정을 거친다는 것. 여기서 논리가 맞는지, 재미가 있는지, 훅이 맞는지가 하나씩 걸러진다.
“이 작업을 한번 하고나면 진이 빠진다. 좋은 음악이 나올 때는 기분이 좋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이런 걸 많이 해준다. 복고 현대를 아우를 수 있는 총프로듀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곳이 안되면 망한다. 퇴근을 못한다. 정답이 없는 사업이니까. 사운드랩에서 드럼을 조금 바꾸면 피아노를 다시 칠까 하고 녹음실안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 본부장은 “요즘 음악 스타일과 유행 패턴은 한마디로 단정 짓기 어렵다. 한국발 댄스음악이 주류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엠넷발 힙합(소미더머니, 고등래퍼), 인디음악 감성,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 SNS에서 시작된 음악 등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을 통해 나오면서 밸런스를 잡아가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수만 프로듀서가 국민 수준이 올라갈수록 가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힙합 가사가 잘 들린다. SM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음악들이 주로 보여주기 위한 음악들을 만들어왔다. 이제 언어적인 의미와 춤이 합쳐진 콘텐츠로 지금 한국음악이 해외에서 또 한번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본부장은 “EDM 실험을 많이 하는 등 세계 음악과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스트리밍은 정체기고, 다운로드는 줄고 있다. 유일하게 성장하는 건 공연시장이다.(단독 공연 페스티벌) 중국은 부동산과 합쳐졌다. 공연이 새로운 것과 합쳐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중이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음악은 휴대폰으로 더 소비하기 쉬어졌다. 비지니스로 보면 더욱 좋은 찬스다. SNS 음악소비와 프로모션은 기존과 다르다. 그래서 역주행이 나온다. 뮤직비디오를 내는 게 아니고, 커버 영상을 올린다. 작업실에서 혼자 부르거나, 친구가 찍어 나에게 보내준 것 같은, 이런 영상과 결합한다. 음악이 점점 합쳐진다”면서 “결국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곡을 자기 감성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엄청난 파워를 가지게 된다. SM은 이것과 환경 변화 요인을 적절히 결합해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