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개가 넘는 스크린으로 시작한 것도 ‘폭력’이지만 논란이 검증도 되기도 전에 순식간에 스크린을 내리는 것도 ‘폭력’이다. 좀 더 차분하게 영화내적인 사안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출연한 배우들도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
송중기도 그중 한 사람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또 군인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군함도’에서 송중기가 맡은 광복군 소속 OSS 요원 장하림은 전혀 다른 역할이다.
“선택할 때 큰 고민은 없었다. 캐릭터로 볼때 너무나 다른 인물이다.독립운동 주요인사를 구출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송중기는 “누구 한명 튀려고 하면 안된다. 나는 중간에 등장해 앞뒤 흐름을 매끄럽게 연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나는 중간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면서 “한달반 동안 촬영이 없었지만,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촬영장에 놀러갔다”고 전했다.
이어 송중기는 “류승안 감독의 팬이었다기보다는 류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배우면서, 훌륭하다고 생각한 관객 중 한명이었다. 현장에서 촬영하고, 결과물을 보면서 이제는 팬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한다, 감독님은 치열한 촬영장에서 잠깐 틈만 나면 책을 보는 여유를 가지신 분”이라고 했다.
송중기는 “영화 관객들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나도 포탈 연예면 기사만 볼 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특히 류 감독님을 보면서 다양한 더듬이를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군함도’라는 작품이 가슴 아픈 소재이고, 너무나 묵직한 이야기여서 33살 송중기에게도 많은 걸 느끼게 했다. 그동안 자신과 주변 외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배우라고 해서 연기, 연예, 영화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도 짧은 생각이라고 했다.
“촛불 장면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시나리오에서부터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심각, 처절한 상황에서도 조선인들이 이런 저런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을 똘똘 뭉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배우들도 호흡이 잘 맞았다. NG가 나면 안되는 상황에서 한번만에 OK가 났다. 조단역들이 정말 많은 고생을 했고 사명을 가지고 임했다.”
그는 “‘군함도’는 중국팬들도 관심이 있었다. 중국에도 많은 항일운동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아시아권에서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송중기는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다 잘하고 싶어한다. 그는 “둘 다 재미 포인트가 다르다. 영화와 드라마를 같이 한 것도 축복이다”면서 “영화에서는 신인이다. 송중기에게 ‘군함도’는 큰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영화배우로서 영화다운 현장을 경험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특히 송중기에게는 ‘군함도’를 촬영하던 작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여자친구인 송혜교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이 혼란기여서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게 더욱 많았던 것 같다. 하시마, 강제 징용, 일본 국가총동원령, 가스 폭발 사고, 나가사키 원폭 투하 등에 비해 많은 걸 배웠다. 군함도는 ‘무한도전’에 나온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많았다.”
송중기는 “어른이 되가면서 부담도 따라올 것이지만 송혜교와 결혼하면 오히려 부담감이 없어질 것 같다. 요즘도 설레는 시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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