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초과’ 교도소] 1인당 0.5평도 안돼…‘교도소 최소 공간권’ 침해 심각

-정원대비 수용률 123% 넘어 ‘포화상태’
-헌재 “인권침해…1인당 최소 2.58㎡돼야”
-비용ㆍ주민 반발로 교정시설 신축 어려움

[헤럴드경제=김현일ㆍ이유정 기자] 최근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정원초과로 포화상태인 교정시설에 대해 수감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교정시설 내 ‘최소 공간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구치소와 교도소의 과밀수용 문제가 수감자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폭행, 자살 등 교정사고를 유발해 재소자들의 재사회화를 오히려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교정시설 내부 모습]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53개 교정시설에 수용 가능한 정원은 4만7000명이지만 실제 수용된 인원은 5만7865명으로, 수용률이 123%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 수용률은 2013년 104.2%, 2014년 107.2%, 2015년 114.8%, 2016년 120.3%로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헌재는 천주교 인권위원회 활동가 강성준 씨가 서울구치소를 상대로 낸 ‘구치소 내 과밀수용’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지난해 12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1인당 수용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구치소 내 과밀수용’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던 천주교 인권위원회 활동가 강성준 씨가 수감생활을 했던 서울구치소 혼거실의 평면도]

현재 1인당 최소 수용면적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은 없지만 헌재는 적어도 2.58㎡(0.78평) 이상은 확보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무부 훈령인 ‘법무시설 기준규칙’도 혼거실의 경우 1인당 수용면적을 2.58㎡로 규정하고 있지만 행정규칙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강씨의 경우 관물대와 싱크대를 제외한 6.38㎡(1.93평) 크기의 방에서 5~6명의 수용자와 함께 생활해 개인 생활공간이 1.5㎡(0.45평)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씨는 “성인 남성이 팔을 펴거나 발을 뻗고 자기도 어려워 수용자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서울구치소의 정원은 2200명이지만 강씨가 수감된 2012년 12월엔 최대 3019명이 수용되면서 수용률은 137%에 달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구치소가 규정상 다른 교정시설보다 수용해야 하는 대상이 많은 데다 수용자의 상당수가 계속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출석해 재판을 받고 있어 다른 교정시설로 분산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싱크대와 선반 등이 비치된 부산구치소 수용거실. 제공=법무부 교정본부]

헌재의 위헌 결정은 이후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줬다. 부산고법 민사6부(부장 윤강열)는 지난 달 31일 부산구치소 등에 수감됐던 서모 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과밀수용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며 “국가가 각각 150만원과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헌재는 대안으로 불구속 수사를 확대하고 가석방과 귀휴 제도 등을 활용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법무부도 이달부터 모범수나 생계형 범죄자를 중심으로 가석방을 늘려 과밀수용을 해소하기로 했다. 현재 25%대인 가석방 비율을 2022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으로 교정시설 신축이 거론되지만 예산 문제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무부는 최근 경기 의정부에 경기북부구치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경기 북부지역엔 구치소가 없어 의정부교도소에 미결수까지 수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서울구치소를 비롯해 경기 서부지역을 혼자 담당하는 인천구치소와 대전, 광주, 부산의 과밀수용이 가장 심각하다”며 “신축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아 우선 장기적으로 증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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