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돌발변수에 정확도 ‘뚝’
잦은 수정…전망보단 중계수준
물가상승률 오차도 2.5배 급증
한국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실제와 상당한 오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경제전망은 기업의 경영계획과 민간 경제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측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은이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 등에게 제출한 ‘한국은행 경제전망’ 자료에 따르면 2008∼2016년 한은이 발표한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해당년도 실제 성장률과 적게는 0.1%포인트, 많게는 2.7%포인트의 차이가 났다. 평균으로는 0.19%포인트의 오차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할 때 한은의 전망이 특히 비틀거렸다. 한은은 2007년 12월 4.7%, 2008년 7월 4.6%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2008년 성장률은 2.5%에 그쳤다. 예측이 2.0%포인트 넘게 빗나간 것이다. 당시 새 정부 출범으로 한은과 주요 연구기관들이 5.0%에 육박하는 성장 전망을 제시했지만 금융위기 충격파는 한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작용했다.
2009년에는 글로벌 위기 여파를 감안해 2.0%(2008년 12월)였던 기존 전망치를 -2.4%(2009년 4월)까지 대폭 낮춰 잡았으나 성장률은 이보다 2.7%포인트 높은 0.3%를 기록했다. 2010년엔 성장 전망치를 4.6%→5.2%→5.9% 등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실제는 6.3%로 각각 1.7%포인트, 1.7%포인트, 0.4%포인트 오차가 났다.
성장률이 2.0%로 추락한 2012년엔 0.4∼1.7%포인트 높게 예상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유로지역 재정위기 장기화 등의 영향을 실제보다 덜 반영해서 벌어진 오차였다.
그나마 한은은 2013년부터는 오차를 1.0%포인트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2013년엔 4월 전망(2.6%)을 제외하고 실제 성장률 2.8%를 정확히 예측했다. 하지만 역시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맥을 못 췄다. 2014년 전망은 실제(3.3%)보다 0.2∼0.7%포인트나 빗나갔다. 세월호 참사라는 예기치 못한 재난사고가 발생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후에는 ‘전망’ 보다는 ‘중계’에 가깝게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2015년의 경우에는 기존 3.4%였던 전망치를 사건 이후 2.8%(7월), 2.7%(10월) 등 실제 성장률(2.8%) 수준으로 낮췄다. 지난해도 3.0%에서 2.7%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실제 성장률(2.8%)과 근접한 성적을 냈다.
한은의 경제전망은 통화정책 결정은 물론, 민간 기업의 생산, 투자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측의 정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은은 매년 초(전년 12월) 낙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가, 3개월마다 낮춤으로써 신뢰도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인 물가 부문에서도 예측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6∼2012년의 연평균 물가상승률 예측오차는 0.58%포인트였으나, 2013∼2015년은 1.4%포인트로 2.5배 가량 상승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