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한인의류업계 시장을 넓혀라-<상>캘리포니아의 컬러..

[특별 기획] 한인의류업계 시장을 넓혀라

<글 싣는 순서>

[상]유럽의 심장부에 캘리포니아 색을 입히다

[중]한국, 아시아의 디딤돌

[하]세계 시장으로 향한 긴 여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 또는 위기라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 한인의류업계.그 사이 주 고객이었던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바이어들이 크게 줄었고 미국내 크고 작은 소매 업체들 역시 온라인을 비롯한 달라진 유통 환경으로 인해 거래가 눈에 띠게 줄었다는 것이 한인 의류업계가 바라본 지난 10년간의 모습이다. 하지만 정말로 위기라는 단어로만 정의가 가능할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해 봤다.

그 사이 10년 넘게 취재를 통해 알고 있던 상당수 업체들의 매출은 2배에서 많게는 3배 이상 급증하곤 했다. 물론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은 업체도 있지만 해마다 더 큰 성장을 이어가는 업체가 많았던 것을 보면 위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많다.

위기라는 단어 보다는 시장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대처하는 업체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제공되고 있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길거리 좌판들에서 시작된 한인 의류업계는 지난 30여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비단 업체수가 1000배 이상 늘고 매출 규모가 수만배 늘어난 것으로만 업계를 평가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내 주요 대형 의류 유통업체에서 LA지역 한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의류 제품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제는 온라인을 시작으로 미국 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한인들이 디자인부터 소재까지 제품을 기획하고 만든 제품을 도매 뿐 아니라 소매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게 됐다.

아직 몇몇 업체들이 중심이 된 정도로 미약한 출발이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패션과 유통을 이끄는 한인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헤럴드경제는 창간 12주년 특별 기획의 일환으로 남가주 지역 한인 경제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의류업계의 작지만 강한 한인 ‘강소(强少) 의류 기업의 해외 진출 사례를 소개해 본다.

[상]패션 중심지에 캘리포니아 색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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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펀치의 첫 컨세션 매장으로 입점한 탑샵 영국 런던의 옥스퍼드 서커스점 인근 지역. 지하철과 다양한 버스 노선이 정차하는 교통의 요지로 1시간당 최대 4만명 이상이 도보로 이동하는 곳이다.

가을을 넘어 겨울문턱에 접어들고 있는 영국 런던의 하늘은 흩뿌리는 비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맑은 하늘이 인상적이다. 세계 3대 패션 도시답게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의 옷차림은 햇살 가득한 LA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무채색이 주를 이루고 있는 런던의 길거리에 아직은 미세하지만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대서양과 미국 대륙을 서쪽으로 넘어 남쪽 끝자락에 있는 LA에서 시작된 새로운 패션의 바람이다. 캘리포니아의 정서가 담긴 새로운 디자인과 색상, 소재의 옷들이 패션의 중심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LA지역 한인 업체로는 처음으로 탑샵(Top Shop) 플래그십 매장에 진출한 ‘허니펀치(Honey Punch)’는 지난 석달간 영국에서의 여정이 짧지만 강렬했다.

허니펀치의 영국 도전은 컨세션(Concession) 매장 개념이다. 최근 대형 유통 업체들이 매장 구성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대형 유통 업체에 입점해 있는 제품은 자사의 구매 담당자 또는 정식 입점해 있는 한정된 브랜드가 선보이는 제한적인 제품만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컨세션 매장은 짧게는 1~2주일에서 보통 몇달 단위로 매주 실적에 따라 입점해 있는 업체를 평가, 해당 브랜드의 운영을 지속할 것인지 새로운 브랜드로 그 자리를 다시 채울지를 결정하게 된다.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기대 이상의 실적을 매주 내야 하는 부담감이 그 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한인 업계에서 처음 들어간 허니펀치 역시 이 규정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지 못해 매출 실적이 저조 하다면 언제든 퇴출될 수 있다는 말이다.

허니펀치는 사전에 탑샵과 협의했던 1주일간 최저 매출 보다 두배 가까운 실적을 올리면서 석달째 순항 중이다. 허니펀치의 초기 순항은 사실 우연은 아니다. 이미 ‘ASOS.COM’이라는 영국계 울트라패스트패션 라인몰을 통해 2년동안 매출 급성장을 이루며 영국 뿐 아니라 전세계 소비자들과 만남을 늘려 갔던 상황이었다.

이 온라인몰에서 급성장하던 것을 주목한 탑샵측이 올해초 먼저 연락해왔고 순조롭게 진행돼 지난 8월초 이곳에 허니펀치 영국 1호이자 글로벌과 리테일 1호점 문을 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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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탑샵 서커스점에 마련된 허니펀치의 컨세션에서 쇼핑객이 옷을 살펴보고 있다.

매장 입점 초기부터 순항을 이어갔던 덕에 오히려 90개 가까이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미국 법인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지난 8월 24일 LA그로브몰에 미국 첫 허니펀치 컨세션 매장을 시작으로 9월에는 뉴욕에만 두 곳이 더 문을 열었다.

11월부터는 샌디에고, 시카고, 애틀란타, 라스베가스, 휴스턴, 플로리다, 버지니아, 글렌데일로 확대돼 미국에만 11곳의 대도시에 있는 탑샵 매장에서 허니펀치 제품을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가장 보수적라는 영국 본사 역시 옥스퍼드 매장과 미국에서의 매출 호조세에 힘 입어 영국에도 매장 10곳에 허니펀치를 위한 공간을 추가로 마련해 주기로 했다. 시장 가능성을 살피는 테스트는 이미 2개월여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탑샵 입장에서도 매주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협력 업체를 통해 선보일수 있게 돼 그만큼 고객 유치에 도움을 받고 있다.

전반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 속에서 나름의 해법을 찾은 셈이다.

허니펀치의 첫 컨세션 매장으로 입점한 탑샵 영국 런던의 옥스퍼드 서커스점은 10만SF가까운 초대형 매장으로 이 지역 상권 가장 핵심 지역에 위치해 있다.지하철과 다양한 버스 노선이 정차하는 교통의 요지인 이곳은 영국에서 가장 붐비는 교차로로 더욱 유명해 1시간당 최대 4만명 이상이 도보로 이동하는 곳이다.

유동 인구가 넘쳐나다 보니 주변으로 전세계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과 캐주얼 브랜드, 백화점, 주얼리, 화장품 브랜드들이 거리 곳곳을 가득 채웠다.

전세계 패션의 전쟁터라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로 한 시간 이상 주변을 걸어서 이동하면서 좌우에 보이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패션 브랜드로 가득차 있다.

직접 찾아가본 탑샵 매장은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는 장점이 더 해져 매장 전체가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패션 쇼핑 거리로 각광받다 보니 영국인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런던을 찾는 상당수 방문객들 역시 이곳을 찾는다.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이곳에 입점해 있는 허니펀치 역시 전세계 고객들을 이곳에서 만나고 있다.

단순히 제품 판매에 만족하기 보다는 전세계 소비자들에 브랜드를 알리고 또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을수 있는 글로벌 확대를 위해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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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탑샵 매장.

탑샵 옥스퍼드 서커스 플래그십 매장에는 아디다스와 같은 역사가 깊은 유명 브랜드부터 작은 부틱까지 32개 컨세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대부분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 브랜드이고 미국 브랜드는 허니펀치를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문턱도 높고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다.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탑샵은 1964년 설립된 비상장 의류 유통업체로 현재 전세계 40여개국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이중 영국에 320개 가량 매장이 있고 유럽 주요 국가에 각각 10여개의 매장을 운영중이며 호주에도 57개의 거점을 마련해 놨다. 미국은 지난 2009년 진출해 이미 90개 가량 유통망을 확보 했고 매년 판매망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탑샵에 입점한 한인 여성복 업체 허니펀치는 LA에 본사를 두고 디자인을 비롯해 제품 개발및 물류를 위해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중견 업체다. 이 업체는 차별화된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를 바탕으로 중간 가격 이상의 제품을 기획, 생산해 그동안 ‘Francesca’, ‘Bloomingdale’, ‘Urban Outfitters’등이 주 거래처 였으며 최근들어 ‘ASOS.COM’, ‘Topshop’등 유럽계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런던(영국)=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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