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다 깬 느낌”
배우 이서원<사진>은 만 20세다. 만나보니 나이에 비해 차분하고 성숙돼 보였다. 그는 MBC 수목극 ‘병원선’에서 차갑고 무심한 듯한 모습 이면에 숨겨진 내면의 아픔을 지닌 김재걸로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냈다.
“안전하게 사고 없이 마친 게 다행이다. 꿈꾸다 깬 느낌이다. 거제도에서 4개월간 촬영하며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있다 온 느낌이다. ‘병원선’은 한 평생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극중 김재걸은 ‘병원선’에 가려고 한 의사가 아니다. 제비뽑기로 선택된 거였다. 그는 “병원선만은 안된다는 의사였고, 환자를 생각하지 않는 의사였다. 하지만 병원선을 타면서 남을 배려하고 도와줄 수 있는 의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병원선을 탄 사람 개개인이 상처가 있고 이를 치료 회복하는 스토리들이 다 있다. 그러면서 병원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담았다. 작가님의 의도를 완전히는 모르지만, 함께 성장하는 청춘 메디컬 드라마로,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합심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했다.”
김재걸은 병원 원장인 아버지와 불화로 양의학에서 한의학으로 전공을 바꾼 인물이다. “흉부외과 의사인 아버지(정원중)가 한의학은 옛날에 주술과 관련됐다고 믿는, 선입견과 색안경을 쓴 사람임을 알고 아버지에 대한 반항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와와도 결국 화해한다.
김재걸의 큰 역할중 하나는 송은재(하지원)를 짝사랑하는 것이었다. 한때는 송은재-곽현(강민혁) 러브라인 구도에서 멋있는 남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송은재가 유일한 내 편인 엄마를 살려줬고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은재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송은재와 대화하면서 곽현과 교류가 있다는 걸 알게되고, 손은재가 자신을 지키려다 총 맞은 곽현을 직접 수술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치료하려는 의지가 강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저걸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를 다니다 휴학중인 이서원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배우가 되고싶었다. 그 꿈은 지금까지 한번도 안바뀌었다고 했다. 공군 파일럿인 아버지를 따라 군산, 대구, 서울, 원주 등 전국을 돌면서 살았고 영국에서도 2년간 생활했다.
“연기란 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고, 시청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 전율이 될 수도 있다. 남들에게 뭔가 전달해줄 수 있는 직접적인 예술이 연기라고 생각한다.”
‘함부로 애틋하게’ ‘송곳’ ‘막판 로맨스’ 등 드라마와 ‘대장 김창수’ 등 영화에 출연했던 이서원은 몸 전체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좋다고 했다. 소속사는 송중기와 박보검이 있는 블러썸 엔터테인먼트다.
서병기 선임기자/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