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주진모, 통쾌한 한방 위해 비수를 갈고 있을 뿐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 속 왕유(주진모 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그동안 ‘기황후’를 꾸준히 지켜본 이들이라면 이 말에 대한 공감을 표할 것이다.

‘기황후’의 결말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첫 회에서 기승냥(하지원 분)과 왕유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결국 기승냥은 타환(지창욱 분)의 여자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유와 승냥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에 다른 결말을 상상하곤 한다.


왕유와 승냥은 우연으로 만났으나 운명으로 엮였다. 안으로는 왕의 자리를 넘보는 이들로부터, 밖으로는 자신의 나라를 호시탐탐 노리는 강대국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왕유와 승냥은 고군분투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왔다. 두 사람은 영원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둘 사이의 사랑의 결실도 태어났다. 영영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아기는 다시 승냥의 곁으로 돌아와 있다. 훗날 이러한 사실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타환과 가까워지는 승냥에게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왕유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다. 카리스마 넘치고 결단력 있는 그는 유독 승냥의 이야기만 나오면 두 눈가가 촉촉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던 죄책감은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없는 처지다.


왕유는 그렇게 자신의 뜨거운 가슴을 숨긴 채 연철(전국환 분)의 등 뒤를 노릴 날카로운 비수를 갈고 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연철이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을 기다리면서. 진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연철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약해진 연비수(유인영 분)를 향한 왕유의 따끔한 충고는 비단 연비수한테만 하는 말이 아닌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왕유가 가지고 있는 최대 무기 중 하나다. 냉혹하고 잔인한 모습이 아닌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그의 모습은 이미 성군(聖君)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유의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의 면면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지난 날 적으로 만났던 연비수도 이제는 그의 든든한 조력자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기황후’의 한 축을 이끌어가는 왕유의 활약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크다. 하지만 아직 그가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거대한 적에 맞서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과 만용(蠻勇)은 자기 자신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기 마련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왕유의 활약은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 절제된 마음과 계획만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지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선사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배우 주진모의 힘이다. 선 굵은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는 캐릭터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눈빛으로 담아내는 주진모의 연기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매회 담아내는 속도감 있고 스릴 넘치는 반전 속에서 주진모가 안겨줄 통쾌한 한방에 기대를 걸어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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