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 정웅인은 무릎팍의 도가니 같은 사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팽부장(정웅인 분)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났다. 4일 방송된 12회는 팽부장이 화재 훈련에서 빠지는 이유가 밝혀졌다. 요령을 피우는 게 아니라 과거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더운 여름, 땀을 흘리면서까지 혼자만 긴소매를 고수하던 팽부장의 모습에 ‘또 다른 반전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터. 이번 회에서 밝혀진 그의 과거는 다시 한 번 극의 재미를 끌어올리며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10여년 전 일어난 경기교도소의 큰 화재. 사동 전체가 불에 타고 재소자 50여 명이 사망한 이 사건에서 팽부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불구덩이에 직접 뛰어들어가 재소자들을 구해냈다. 이에 팽부장 사동의 재소자들은 사망자 1명에 그치게 됐지만 팽부장은 이 화재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게됐다.

화상으로 큰 수술을 다섯번이나 받았음에도 자신을 돌보기는 커녕 구하지 못한 한 명의 재소자에 대한 죄책감에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 것. 이에 팽부장은 더운 여름에도 긴소매를 입으며 잠깐의 화재대피경고에도 혼비백산하게 됐다.

화재경보에 곧바로 보안실 자동개폐장치를 연 팽부장은 해프닝이 일단락 되자 그날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구석에 털썩 주저앉아 패닉에 빠진듯한 그의 초점 없는 눈동자는 그가 얼마나 큰 상처를 안고 있는지 짐작게 했다.

또한, 죽은 재소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화상자국을 숨기고 싶은 팽부장은 모두가 나간 후 환복을 하기 위해 갖은 핑계를 대는 등 화상을 숨기기 위해 남모를 고충이 있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날 해프닝이 발생한 후 직원중에는 팽 부장을 징계, 전출 보내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교도소장이 “팽 부장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 무릎팍의 도가니 같은 사람이 있어야 여기가 제대로 돌아간다”면서 징계를 반대했다. 교도소장이 평소 줏대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맹탕이 아니라 소신이 확실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편, 이 드라마에서 정웅인은 ‘파더 팽레사’(마더 테레사 팽부장의 합성어)로 불린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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