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상권’, 대의와 디테일 사이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첫 심폐소생 골목으로 선정된 ‘이대 삼거리 꽃길’을 살리는 작업에 돌입한다. 먹자골목과 골목상권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는 점, 월세와 보증금, 권리금이라는 요소들이 파악돼야 한다는 점, 그래서 영세상인들이 운영하는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대의’는 충분히 전달됐다.

하지만 대의가 옳다해도 디테일을 무시하면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골목식당‘ 첫회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 상인들은 제작진의 식당 회생 작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각자의 내부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부부가 운영하는 백반집은 백종원이 “제육볶음에서 행주냄새가 난다. 50점이다”고 말하자, 사장이 더욱 기분이 상한 듯 했다. 중년 사장 부부는 “우리가 이 식당을 하고 싶어서 하게된 게 아니다. 등 떠밀려 식당을 하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온 젊은 창업자가 운영하는 라멘집은 맛과 청결도 면에서 백종원을 만족시켰다. 하지만 소바집은 ‘스페셜 MC’ 세정이 들어가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김세정을 못알아 본 게 문제가 아니라, 주인이 방문한 손님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여기서는 ‘백종원의 푸드트럭’과 달리 5~10년 정도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백종원 대표의 말을 잘 안듣는다고 한다. 담당 PD는 이게 관전포인트가 될 거라고 귀띔했다. 게다가 방송으로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용까지 백종원은 식당 개선을 위해서라면 문제로 삼을 것 같아 양자간의 긴장까지 더해지는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의 골목상권’은 서민들이 운영하는, 쇠퇴한 골목상권을 살리려는 ‘대의’ 못지 않게 이들 개개인의 ‘고민‘과 ‘작은 갈등’도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백종원의 노하우만 투입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것이 우리네 현실이고 우리들의 이야기여서, 이 부분을 살리는 게 결과적으로 리얼리티를 살리는 길이 된다. 이 두가지를 잘 끌고가는 게 성공의 주요한 관건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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