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4년차 걸그룹 오마이걸의 노래 ‘비밀정원’을 보면, 춤과 노래가 조금 낯설 수 있다. 그것을 그냥 컨셉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손과 팔의 움직임이 큰 퍼포먼스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되거나, 또는 ‘비밀정원’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이들이 2015년 발표한 ‘클로저(CLOSER)’ 한 곡 정도만 다시 들어보면 된다. 노래와 춤 모두 오마이걸의 음악적 색채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제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보면서 오마이걸은 적어도 대기만성의 자격은 갖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별화를 획득할 수 있는 팀 색깔과 정체성이 조금 더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조금 더 명확해진다.
이로 인해 ‘비밀정원’의 화사한 분위기가 컨셉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보아 등 선배 뮤지션들이 오마이걸을 점점 더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연관된다.
‘클로저‘는 신스 사운드만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 게 아니다. ‘이렇게 그리운 날엔/참 멀리 있나 봐/매일 다가가도 아득하기만 해/별똥별아 안녕 내 소원 들어주렴‘라고 하는 가사와, 춤, 뮤직비디오의 미장센 등이 합쳐져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러니 이들이 부르는 노랫말은 컨셉 이상이다. 의미가 있다.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돌로는 이례적으로 가사를 음미해볼만하다. 소녀들의 진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내 안에 소중한 혼자만의 장소가 있어/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이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나의 비밀정원’
이를 들어본 기자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진짜로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네. 아직 아무 것도 안 보인다고? 아냐. 제법 많은 게 보여. 별거 아닌 풍경이 아니란다.”
걸그룹은 트렌디 민감형 콘텐츠라 그때그때 유행과 패션에 휘둘리기 쉽다. 걸그룹에게 있어, 유쾌, 밝음, 청순이 실제 가진 것만큼 보여지지 않고 과장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차곡차곡 쌓아온 오마이걸의 속삭임, 차분함, 편안함, 몽환적 분위기는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 이들이 간직한 ‘꿈’도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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