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입장 공식화…“한미 군사훈련, 추가지연 없다”
[헤럴드경제=외교부 공동취재단ㆍ문재연 기자]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비핵화가 북미대화의 조건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비핵화라고 표현된 목표가 없는 대화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한 북미대화의 ‘적절한 조건’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내퍼 대사대리는 28일 오전 서울 주한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의 대화조건에 대해 “대화의 전제로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때는 뉘앙스가 가진 미묘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조건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미국)은 항상 똑같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있고 진정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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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이 미국과 한국과의 대화기회를 활용하면서 한편으론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시간벌기로 사용한 전적들을 봐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며 “그래서 비핵화라고 표현된 목표가 없는 ‘핵ㆍ미사일 시간벌기용 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의 연례회동에서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내용을 구체화한 발언이다.
이날 내퍼 대사대리의 발언은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및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이뤄진 남북미 접촉 결과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평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퍼 대사대리의 이날 기자회견은 이방카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귀국 직후가 아닌 김 부위원장의 귀환 직후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다음날 내퍼 대사대리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것과 대조적이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 계기 남북 회동의 성과를 미국 정부가 분석한 뒤 주한미국 대사대리의 기자간담회를 진행됐음이 유추되는 이유다.
내퍼 대사대리는 “이 입장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이후 유지해온 입장”이라며 “우리 입장은 북한 주민의 안녕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북미대화 용의를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신호다.
내퍼 대사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한의 압박에 무게를 보다 둘 것이라는 입장도 시사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많이 알려지진않았지만, 한미간 긴밀한 조율뿐만 아니라 압박캠페인에 있어서의 협조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이뤄진 대북제재 유예 조치에 대해 “중요한 요청들이 때로는 늦게 전달됐는데, 이유는 북한이 요청을 늦게 했기 때문”이라며 “그것에 대해 미국이 신속하게 답할 수 있었다는 것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것은 동맹국으로서 하는게 옳은 일”이라며 북한에 대한 경계를 낮추지 않았다.
내퍼 대사대리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추가 지연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은 없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와 동맹국으로서 긴밀하게 협의하는 과정에서 올림픽과 훈련이 중복되지 않도록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이와 같은 제스처를 취한건 올림픽 정신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국으로서 억지태세를 계속 유지하고 갖춰나가는 데 필요한 적절조치를 취해야 할 실질적 필요가 있고, 이런 필요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식은 연합훈련을 통해서다”고 부연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한 한미균열 우려에 대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매력공세의 일환으로서 한미동맹을 저해하고 한미간의 균열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를 듣는다”며 “먼저 남북간 얼음이 깨진 것 같은 진전상황을 환영한다. 특히 이것이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북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에 대해서 북한이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돕는다면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강하게 의견표명한 것처럼 비핵화 진전없는 남북관 관계 진전은 있을 수 없다는 말씀에 완벽하게 지지하는 바다. 두 가지가 함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