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윤식당 속에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공간과 사람, 즉 풍광 좋은 가라치코 마을속 사람들의 인심까지 보이며 공감하게 해준다. 소박한 사람 냄새가 난다. 이제는 ‘윤식당’이 사랑방에서 반상회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난다.
손님들은 테네리페 섬의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동네 사람들이 전해주는 입소문과 지역신문 보도에 의해 점점 더 많은 손님들이 몰리며 명소가 돼가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곳에서 낯선 음식을 내놓는 한식당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제 손님들이 한국음식을 즐기는 게 확실하게 느껴진다. 윤식당이 문을 닫기 전 예약하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곧 문을 닫는다고 하니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방송 한류로서뿐만 아니라 K-푸드 한류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윤식당‘은 한식 세계화나 한식전도와는 관련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겸손을 보였다.
“한식 세계화가 아니다. 한식 전파 프로그램이 아니다. 외국에서 식당을 여는 판타지를 주는 것이다. 식당 전문가들이 아닌 아마추어들이라 준비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하루 12시간 영업하고 완벽하게 운영하는 게 시청자 판타지는 아닐 것이다. 적게 벌더라도 힐링이 중요하다. 식당 문을 잠깐 열고 닫는 꿈의 공간이라는 약간의 판타지,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편안하게 봐주시기를 기대하고 만들었다.”
이런 기획의도를 가지고 만든 ‘윤식당’의 인기비결에 대해 나영석 PD는 “그만큼 대한민국 사람들이 바쁘게 산다는 것 아닌가. (무엇을) 할 수 없고, (어디를) 갈 수 없어 TV에서라도 대리만족하고픈 거다”면서 “현실의 식당이 아니다. 영업시간도 짧고, 가능하면 이곳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을 보여줘, 이 순간만이라고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쨌든 나영석 PD와 이진주 PD, 김대주 작가는 한식 세계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진정한 한식전도사가 된 것이다. 그들은 해외에서 어떤 한식 메뉴가 통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주었다. 국가 예산을 써가며 한식을 해외에 전파하는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효과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저렴한 음식들의 가격을 지금보다 조금 높게 책정해 경쟁력을 보고싶은 마음도 생겼다.
음식뿐만 아니라 그 지역 사람이나 관광객들로 이뤄진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고 소통력도 발휘했다. 이 부분도 K-푸드 한류 관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점이다.
외국 사람이 식당을 열었지만, 현지인과 관계자들이 적대적이지 않고 우호적으로 대하게 만들었다. 식당 직원들은 동네 사람들과 마주치면 항상 인사를 한다. 스페인은 방송 촬영 규제가 엄격하다는 하지만, ‘윤식당’ 제작진이 가라치코 시장과의 면담을 비롯해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
한식전도가 아니라던 나영석 사단이 오히려 해외에 한식을 전도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확실하게 가르쳐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