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1년만에 돌아온 솔리드에 주목할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정재윤, 이준, 김조한으로 구성된 솔리드(Solid)는 한국에 알앤비(R&B) 장르를 소개한 음악그룹이다. 이들이 새 앨범을 발표하고 21년 만에 그룹 활동을 재개했다.

이들 3명은 LA 동네 친구이자 교회 성가대 친구였다. 정재윤은 어릴 때부터 작곡과 프로듀싱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김조한은 보컬리스트, 이준은 묵직한 저음의 래퍼이자 DJ였다.


3명 모두 미국 서부의 명문대를 다녔다. 이준은 솔리드 활동후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를 졸업하고 부동산 개발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조한은 솔로로, 감각적 멜로디를 잘 뽑아내는 정재윤은 중화권을 오가며 프로듀서로서 각각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들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한국에는 생소한 알앤비뿐만 아니라 힙합, 그리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한 그룹이었다. 당시에는 한국말로 랩을 하는 걸 생소하게 바라보던 시절이었다.

이들은 90년대 대한민국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거리를 쓸고 다니던 힙합바지와 이준의 지팡이 소품, 양복안에 아무 것도 안입는 특이한 패션도 선보이며 문화적 아이콘으로도 인식되고 있었다. 당시 압구정동에서 이들이 택시를 잡으면 특이하다며 택시를 태워주지 않아 걷기도 했다고 한다.

솔리드는 4년간 활동하며 ‘이 밤의 끝을 잡고’ ‘나만의 친구’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천생연분’ 등 히트곡과 함께 4백만여 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였다. 특히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을 거둔 두 번째 앨범은 백만 장 이상 판매돼 손 꼽히는 밀리언셀러 아티스트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솔리드는 최고의 인기를 뒤로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해 수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솔리드 재결합을 바라는 팬들의 바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이 최근 재결합한 계기는 1년반전 친구 결혼식에 함께 들러리로 참가하면서다. 같은 옷을 입고 축가를 부르던 이들에게 사람들이 “와 솔리드다”라고 외쳤다. “그때부터 뭉쳐보자고 했고 조금씩 음악작업을 해나갔다”(김조한)


요즘도 3명은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있어도 화요일마다 화상으로 미팅을 가지며 새 앨범에 대해 대화한다. 새 앨범 ‘Into The Light’의 곡들은 레트로(복고)면서 트렌디하다.

지친 일상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새로운 삶을 향해 달려간다는 타이틀곡인 ‘Into The Light’은 80년대 신스팝 등 레트로 사운드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 과거와 미래를 잇는 모던한 곡이 됐다. 솔리드의 대표곡으로 오랜 기간 클럽이나 노래방 등에서 큰 사랑을 받은 ‘천생연분’도 리믹스해 ‘천생연분 Destiny’로 재탄생했다. 정재윤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미국과 한국에서 밴드와 DJ로 활동중인 이닉(Enik)이 참여한 ‘컴플렉스트로’ 장르의 리믹스다. 정재윤은 “지금 현재 이 곡이 발표돼 클럽에서 플레이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버전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재윤은 “솔리드가 90년도에는 음악적으로 앞서나갔다. 지금은 90년대의 음악을 하면 안된다. 늘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며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로 푸처(미래)와 레트로(복고)가 합쳐진 단어 ‘퓨트로’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이외에도 발라드곡 ‘내일의 기억 Memento’와 1999년 콘서트 마지막 날 이준이 남긴 마지막 인사말을 담은 ‘1996’ 등의 노래가 있다.

수많은 래퍼들이 활동하고 있는 요즘 이준의 랩이 어떻게 들릴지 궁금했다. 그의 중저음 랩은 여전히 묵직한 한방이 있었다. 당시 이준의 지팡이 손잡이에 ‘포켓볼 8번공’이 박혀 있었다. 이준은 “지팡이는 이모에게 맡겨놨는데, 다리 뼈를 다친 사촌형이 사용하다 부러져 새로 제작했다”면서 “내가 가요계에 보탤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해보니 결국 내 스타일 대로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복고풍 음악이 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솔리드의 새 음반의 결과가 궁금하다. 솔리드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 등 당시로서는 세련되고 파격적인 댄스음악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유려한 알앤비 발라드에 춤도 별로 추지 않고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여름에는 빠른 댄스 곡이 히트했고 음악방송에서 4분이 넘으면 틀어주지 않던 시절에 5분이 넘는 ‘이 밤의 끝을 잡고’를 틀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기존 문화를 거스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든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솔리드는 방송보다는 공연 중심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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