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먼저 할까요’, 왜 어른멜로가 힘이 강할까?

감우성-김선아의 슬픈 사랑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어른멜로가 청춘멜로를 이기고 있다. 인생을 살아본, 그래서 삶의 굴곡이 있는 어른들의 사랑이 풋풋하고 보기좋은 젊은 아이들의 멜로보다 훨씬 더 감성적으로 다가간다.

그 중심에 SBS 월화극 ​‘키스 먼저 할까요’가 있다. 죽음 앞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마음껏 하고 있는 감우성(안순진)과 김선아(손무한)가 부럽기도 하고 눈물도 난다.

특히 감우성의 눈빛에 안방극장이 촉촉해진다. 그가 멜로를 끌고가는 힘은 조용하면서도 강력하다.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힘을 뺀 감우성의 연기가 김선아의 코믹 깨알 연기까지 감싸안을 정도다. “그림자가 못돼처먹었다”와 같은 배유미의 맛깔난 대사는 멜로장인임을 알게 해준다.


안순진은 손무한을 ‘숙주’라고 부르며 자신은 그 안에 있는 ‘기생충’이라고 한다. 속물적 의도에서 출발한 안순진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 된다. 그 사랑은 수명이 1개월뿐이다. 반면 손무한은 “속죄로 시작했는데, 사랑이 돼버렸어”라고 말한다.

감우성이 김선아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혼인신고를 하고, 그녀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하는 증명서를 변호사에게 남긴다. 손무한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안순진에게 남기려 했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이런 게 진정한 사랑이지”라며 사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청자들에게 잊혀진 사랑의 판타지를 제공하고, 이 봄에 연애세포가 꿈틀거림을 느끼게 만든다.

드라마의 제목인 ‘키스 먼저 할까요’는 ‘잠 먼저 잘까요’와 바꿔도 무방하지만, 이런 도발적인 제목과는 달리 스킨십이 별로 없이 삶과 사랑의 본질에 대해 말하는 진지한 정통멜로다.

드라마는 차곡차곡 쌓아온 슬픔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언제 터질까, 언제 알게 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하나씩 드러나는 슬픈 상황에 또 다시 눈물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두 사람이 행복해지기만을, 두 사람이 사랑할 수 있기만을 손꼽아 바라게 된다.

11년전 어린 딸을 제세상으로 보내고 자신의 삶을 버리려고까지 했던 안순진에게 어렵게 찾아온 사랑 손무한.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현실에 안순진은 뛰쳐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며 정처 없이 헤매고 또 헤맸다. 손무한은 “호스피스가 필요했다”는 거짓말로 애써 그녀를 차갑게 밀어내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안순진의 결론은 하나였다.

손무한의 만년필을 발견하며 앞으로 또 하나의 슬픔 인연이 안순진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의 사랑을 숨죽이며 지켜보게 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도, 그를 차마 떠날 수 없었던 여자. 차가운 말로 애써 그녀를 밀어내려 했음에도, 그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는 남자. 이들을 둘러싼 인연과 상황이 슬픔의 연속임에도 시청자가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두 남녀의 마음 속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공감하며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제발 손무한 살려주세요”, “손무한 안순진,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반응을 쏟아내는 이유가 이것이다.

안타까운 두 남녀 손무한과 안순진이 있기에, 그들의 사랑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기에, 손무한 안순진을 연기하는 배우가 감우성과 김선아이기에 ‘키스 먼저 할까요’ 시청자는 마음으로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제발 두 사람이 그냥 사랑할 수 있기를. 두 사람 앞에 꽃길이 펼쳐지기를.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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