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고개 숙인 두산重 ‘北 발전 시장’ 블루오션 기대

“한국수준 위해선 63조 필요” 추정

국내 발전플랜트 산업의 대표주자 두산중공업이 북한의 ‘잠재적인 발전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신경제 구상 책자와 PT(프레젠테이션) 영상에 발전소 내용이 포함된 만큼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때 발전ㆍ인프라 사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최근 ‘대북 특수’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의 탈원전 이후 약해진 성장동력을 북한의 발전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남한의 7%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북한은 수력 발전 의존도가 60%에 달한다. 화력발전소는 1970~1980년대 건설된 단위 용량 50~100MW의 소형이다. 화력 발전설비는 90% 이상이 노후화돼 개ㆍ보수 대상이다. 수력발전소 역시 20년이 넘은 설비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995~1996년 대홍수로 수력 발전설비의 85%가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북한의 발전 사업을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약 63조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발전설비 업계 관계자는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의 발전설비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 자본이나 글로벌 발전업체들과 경쟁을 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규모면에서 국내 발전설비 업계에 분명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대형 발전설비 사업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북한 발전시장의 잠재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북한 전력인프라 현황도 소개했다.

두산중공업이 북한 관련 사업전략을 보다 빠르게 검토하는 것은 국내에서의 ‘위기 의식’과 무관치 않다.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2016년 9조원 수준이던 신규 수주가 2017년 5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2011년만 해도 두산중공업은 원자력ㆍ화력부문의 선전으로 연 10조원 이상의 수주를 확보했었다. 신고리 5, 6호기 공사가 중단되며 지난해 실적도 타격받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북한 발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남북경협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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