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의 이미지로 변신이 가능한 배우 금새록의 매력이 새록새록 드러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주말극 ‘같이 살래요’ 첫 드라마 출연
영화 ‘독전’에선 욕설 날리는 여고생役
10편이상 영화출연·주말극 나오지만
지하철 자주 타는데…인지도 못느껴
무용보다 더 행복할것 같아 연기선택
“아직은 흔들리고 넘어지는 배우…
금새록만의 매력연기 펼치고 싶어”
영화 ‘독전’ 첫장면을 보면 마약 전과가 있는 여고생 수정(금새록 분)이 등장한다. 그러다 피를 흘리며 죽는다. 영화의 내용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금새록(25)의 연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빨간 망사 스타킹을 착용하고 원색적인 욕설을 날리며 형사팀장 원호(조진웅)에게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게 돼 부담스러웠다. 조진웅 선배(원호 역)와의 관계와 호흡이 중요했다. 그 힘이 영화를 끌고가는 원천이 될 것이라 생각해 진웅 선배를 자주 찾아가 호흡을 맞췄다. 롯데리아 장면도 진웅 선배가 잘 이끌어줘, 정성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욕을 하는 장면이었다. 손가락 욕도 해야 했다. “욕을 연습해 녹음한 후 감독에게 보내드렸다.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계속 했다. 욕을 매일 쓰는 아이처럼 보여야 했다. 아이들 쓰는 욕과 성인 욕이 따로 있더라. 욕도 아이답게 했다.”
6일에 불과한 촬영이지만 캐릭터 연구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조진웅과의 관계가 중요했다. 영화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조진웅과 전사(前史)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수정은 원호(진웅 선배)에게 조카같은 아이였다. 수정에게 원호는 아저씨로서 남다른 사람이다. 아저씨만큼은 나를 나쁜 애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그래서 제대로 봐줬으면 한다. 남자로서가 아닌 그런 디테일한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영화에서는 독한 아이를 연기한 금새록은 요즘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유동근의 막내딸인 박현하로 나오고 있다. 기자는 ‘독전’을 보면서 수정이 금새록인지 몰랐다. 그 정도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같이 살래요’는 가족드라마인 만큼 호흡과 조화가 중요하다. 튀거나 돋보이기보다는 조화롭게 ‘핑~’ 하면 ‘퐁~’하고 받아주는 관계. 그래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시청자분들이 느낄 수 있다. 현하가 겉으로는 집착이고 오지랖인 것 같지만 아직 어려 표현만 거칠고 엉뚱하게 보일 뿐이다. 내가 아니면 아빠를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아 장미희 선배님 한테도 ‘사기꾼 같아. 직접 아버지를 만나지 마시라’고 순간감정에 충실한 말을 한다. 시청자분들은 저를 ‘왜 저러냐, 철없다’라고 하시지만 현하 나름대로 자신의 방식으로 아버지와 가족을 사랑하는 거다.”
드라마에서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빼앗는 늘씬한 미모의 소유자지만, 정작 집안에서의 실상은 쌩얼에 츄리닝 바지가 익숙한 ‘건어물녀’다. 요즘 신세대 그대로다. 그는 “매주 상상하면서 현하가 어떻게 될지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현하가 조금 성장하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면서 대본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새록은 드라마는 처음이지만, 출연한 영화는 ‘암살’ ‘덕혜옹주’ ‘해어화’ ‘하늘피리’ ‘밀정’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등 무려 13편이나 된다.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건 1년반전이다. 그전 혼자 활동할 때는 영화사에 가서 프로필 을 돌리는 발품을 팔고 오디션을 봤다. 드라마는 찾아가서 오디션을 보는 시스템이 아니라, 영화 한 우물을 파게 됐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영화건 드라마건 좋은 작가, 감독, 선배배우들과 함께 하며 많이 배우고 싶다며 의욕을 보인다.
“제가 출연한 영화는 시대물이 많았다. 제 얼굴이 둥글둥글하고 평범하게 생겨 시대극이 맞는 것 같다. 어떻게 스타일링하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는 형이다.”
키가 168cm의 늘씬한 금새록은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고2때 자신에게 “어떻게 사는 게 더 잘 사는 걸까”라고 묻다가 연기로 바꿔 연기학원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했다.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다. 아역 모집 공고가 났을때 나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반대했다. 하지만 연기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가짐은 항상 있었다. 무용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더 행복한 쪽은 연기였다.”
영화에 10편 이상 출연했고 KBS 주말극에도 나오지만 그의 일상은 평범하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 배우로서 인지도가 생긴 걸 못느낀다고 한다. “돈은 어느 정도 벌었냐”는 질문에는 “아직 돈 못벌었다.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돈보다 경험이 더 중요한 시기다. 당연히 돈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딱 부러지게 말했다. 기회가 되면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싶다고 했다.
“저는 혼자 여행을 많이 갔다. 후쿠오카를 4박5일동안 혼자 갔다왔다. 사진찍기도 좋아하고 미술 전시회도 자주 간다. 오디오 가이드를 꼼꼼히 들어보면 작가님의 인생과 추구하는 바를 느낄 수 있다. 프랑스 화가 마리 로랑생의 전시회도 가봤다. 그녀의 인생이 느껴졌다.”
금새록은 “어떤 배우가 되고싶나”라는 질문에는 “배우이기 이전에 금새록이라는 사람이 먼저다. 건강한 사람이 되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약해 이리 흔들리고 넘어지고 멈춰 있기도 한데, 좀 더 꾸준히 성장한다면 배우로서 표현하는 깊이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배우로서 금새록만의 색이 있는 매력적인 배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롤모델도 자신이 어떤 걸 원하고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연기란 답이 있는 건 아니고, 순간순간 느끼는 만큼 말하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지금 기자님에게 말할 때 표정이 과하지는 않지 않나. 내가 느끼는 만큼 표현해야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어렵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