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상은 “나를 심평원에 고발해 까발린 놈이 예진우야. 이동수!(예진우가 근무하는 응급의학 센터장) 넌 이런 배신자를 키운 거야”라며 예진우를 저격했다.
예진우는 “(그 고발은) 김태상 교수님께 배웠습니다. 심평원을 이용하라”면서 이보훈(천호진 분) 전 병원장의 개인 통장에 들어왔다는 평가금이 심평원과의 암묵적 합의를 통해 병원 재정에 귀속된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망 당일 이보훈과의 다툼까지 드러나며 위기에 몰린 김태상은 “이 중에 이보훈이 피 안 빨아먹은 인간 어디 있는데”라며 이보훈 뒤에 숨어있던 센터장들의 비밀을 폭로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의혹의 무게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태상은 “다 이루고서 이제 내가 내 발로 걸어 나간다”며 상국대학병원을 떠났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의료진은 주경문(유재명 분)을 부원장으로 임명하고 총괄사장 해임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방어에 나선 구승효는 예진우와 주경문의 ID를 막는 등 치밀하게 숨통을 조였다.
의료진은 물러서지 않고 더욱 거센 반격에 나섰다. 의료기관과 납품기관과 지배구조를 이루면 거래를 금한다는 현행법을 내세웠다. 예진우는 상국대학병원의 상황을 세상에 알리려 최서현 기자(최유화 분)를 만났고, 주경문을 비롯한 센터장은 구승효를 찾아갔다.
하지만 구승효는 지분을 매각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게 조치했고, 자회사 약 처방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약을 처방하고 인센티브를 받은 의료진이 오히려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승효의 치밀하고 완벽한 덫은 해임안을 발의할 명분을 무너뜨렸다.
막다른 골목에 놓인 의료진은 암센터장 이상엽(업효섭 분)의 도움으로 새로운 길을 찾았다. 고위 공무원과 연줄이 닿은 이상엽은 화정그룹이 환경부의 제재를 받을 당시 상국대학병원 이름으로 환경부 장관의 땅을 샀음을 알아냈다. 구승효뿐만 아니라 화정그룹에 현직 장관까지 연루된 거대한 커넥션이었다. 재판을 받던 피의자가 그 재판 판사의 집을 사는 격이었다.
주경문과 함께 사장실로 찾아간 예진우는 “자리를 내놓지 않으시면 송탄 부지와 환경부 장관, 그리고 화정그룹까지 이 세 개가 한꺼번에 묶여서 구설에 오를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철옹성 같았던 구승효가 동요한 순간, 누군가 사장실로 들어오며 긴장감의 피치가 상승했다.
종반을 향해 달려가며 예진우와 구승효의 전면전은 그 무게감와 파급력이 더욱 거세졌다. 앞서 단편적으로 그려졌던 상국대학병원과 화정그룹 나아가 사회의 문제가 켜켜이 쌓이며 커다란 파국을 만들어냈다.
대립의 중심에 선 예진우와 구승효는 치밀하게 계획하고 치열하게 칼날을 벼르며 외줄타기 같은 긴장감을 형성했다. 예진우와 구승효가 생존과 신념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기 위한 전선을 형성한 만큼 양보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싸움이 펼쳐졌다. 둘 사이에 팽팽히 감도는 비장함은 차분하고 이성적이지만 그래서 더 뜨겁게 타오르며 몰입도에 불을 지폈다.
상국대학병원에서 벌어지는 다층적인 이합집산은 안개 속에 감춰졌던 비밀을 드러내며 치밀한 전개를 이어갔다. 화정과 환경부 장관의 비밀스러운 거래 정황은 구승효 해임 국면에서 스모킹건이 됐다.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선 화정그룹의 칼날이 불러올 파장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자취를 감춘 오세화 원장의 신변과 마지막 순간 등장한 인물의 정체까지 곳곳에 포진한 비밀과 진실의 파편을 다루는 노련함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흡인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더 강한 원심력으로 뭉치고 있는 진실이 남은 2회 어떤 파장을 가지고 올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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