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시성’, 전쟁은 병사 숫자로 하는 게 아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영화 ‘안시성’은 645년(고구려 보장왕 4년)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액션블록버스터다. 공성전(攻城戰)으로 이 정도 스케일과 다양성을 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당 태종은 20만 대군을 동원해 고구려의 변방 안시성을 침공한다. 안시성 군사는 모두 합쳐야 5천여명.

40배의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전사들은 당나라에 맞서 싸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고 하는 정신력만으로는 안된다. 정신력으로 이겼다면 말이 안된다. ‘우리는 물러서는 법,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하지만 전쟁은 지고 싶어서 지는 게 아니다.

정신력은 기본이다. 양만춘을 연기한 조인성은 “중고생때 울면서 덤비는 애들은 못이긴다. 목숨 걸고 싸우는 애들을 상대로 이기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 적은 군사지만 기능적으로 강한 점들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각자의 파트마다 전문성이 있었다. 한마디로 전술, 전략이 좋았다.

안시성 사람들은 기름주머니 외에도 동굴 구조 등을 영리하게 활용해 적이 쌓은 토산(土山)을 무너뜨리는 등 적은 병력으로 거대한 당군을 제압해나간다. 성문이 뚫렸을 때에는 덫을 이용해 적군을 잡았다. 파소(엄태구)가 이끄는 기마부대의 기동력을 활용하고, 연속 사격이 가능한 쇠뇌(석궁)를 다루는 백하(설현)부대의 선제공격(先制攻擊) 또한 압권이다.

기마민족 후예인 고구려는 활쏘기 실력이 세계 금메달감이다. 안시성 전투에서는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는 양만춘의 화살이 태종의 왼쪽 눈을 정확히 맞힌다. 이제 태종은 20만 대군 한 가운데서 호령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1천쯤 지난 1637년 병자호란때에는 홍타이지가 이끈 청나라 기마부대 3백여명에게 조선의 4만대군이 당했다. 병력 수에서는 그때와는 완전히 반대 상황이었다.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소설과 영화 ‘남한산성’에서 잘 그려져 있다. 전쟁은 군사 수로 하는 게 아닌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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