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먼저 파트타임 직원 임금 두달치에 해당하는 사무실 렌트비가 걱정이었다. 관리사무소에 처지를 알리고 한두달만 건너 뛰자는 아쉬운 소리를 했다. ‘최선을 다해 렌트비를 내주기 바란다’라는 허망한 한 줄의 문장만 되돌아왔다.
연방정부가 2조 3천억달러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숫자의 규모로 돈을 찍어낸다고 한다.우리같은 중소업체에게 직원급여나 렌트비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랴부랴 신청서를 작성하고 관련서류를 모으지만 과연 내게도 떡고물이 떨어질까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신청 첫날부터 무려 20만여건이 접수됐다니 ‘그들’의 경쟁력에 지레 질려버린 탓이다. 로또 당첨 확률이 될 공산이 커졌다.
3월 중순 이후 3주간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무려 1500만에 달했다고 한다. 전대미문, 미증유의 실직자가 쏟아진 셈이다. 4월 렌트비를 1~5일 첫주 납부마감에 맞춰 낸 세입자는 조사대상인 1300만 아파트 가구 중 69%에 그쳤다는 데이타가 나왔다. 미국 아파트업계의 이익단체인 전국 다가구 주택위원회(National Multifamily Housing Council·NMHC)가 9일 내놓은 자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2%, 지난 3월 초까지만해도 81%가 렌트비를 제때 납부했다. 그에 비하면 코로나19에 따른 수입감소 여파가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연방정부나 지방정부가 120일~최장 1년까지 렌트비를 제 때 내지 못한 세입자를 강제 퇴거하지 못하도록 하고, 건물주나 집주인 또한 모기지 페이먼트를 유예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공황 상태가 지속되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 난감하다고 팔짱을 끼고 있다.
며칠전 CNN의 뉴스쇼 ‘에린 버넷 아웃프런트’에서는 한 여성이 출연해 일자리를 잃었다고 호소하며 렌트비를 걱정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그 여성실직자에게 렌트비를 내주겠다고 했다. 세입자들 뿐 아니다. 모기지를 내야하는 건물주도 그렇고, 대부분의 중소사업자들이 또 그러하다. 모두가 TV쇼에 나가 눈물로 하소연해야할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활동의 중단이 몰고오는 가계소득의 붕괴는 쓰나미 보다 더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다. 집밖에 나가지 못하고 방구석에서 싸구려 칩이나 까먹다가 어느 순간 그같은 재앙이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찰나 세상은 상상하기 싫은 생지옥을 연출할 지도 모른다. 약탈과 폭동 말이다. 이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선 봉쇄령이 연장된다니까 주민들이 식품점을 약탈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확신이 되는 날 우리는 총을 사두지 않은 걸 후회할 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 정부는 하루 빨리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로또 당첨같은 행운은 내게 없다는 절망이 시민들의 뇌리에 박히기 전에 그립고 또 그리운 일상을 되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