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아름다뭄’ 의문이 풀리다

[북데일리] 서양미술의 미학으로 한옥의 가치를 재평가한 독특한 책이다. 우리는 한옥이 아름답다고 여긴다. 그러나 무엇이 아름답냐고 물으면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과연 한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인문학, 한옥에 살다>(채륜서. 2013)은 한옥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기존 관점을 설명한다. 바로 서양 미학이다. 한옥을 보는 데 굳이 서양미학을 가져오는 것은, 우리가 미를 보는 보편적인 기준을 통해 한옥의 미를 보아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잘 아는 서양미학을 살펴보며 그곳에서 한옥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한다.

아름다움의 가치를 재는 서양 미학의 잣대 중 하나는 비례다. 소위 황금분할 같은 것이다. 이는 아름다움이 대상 그 자체에 있다고 보는 시각의 산물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잣대로는 한옥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기 어렵다고 본다. 서양과 다른 우리의 독특한 건축 개념 때문이다. 대신 현대 서양미학의 기준으로 한옥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다. 대상이 아닌 보는 이의 감정이 그 한 기준이다. 미에 대한 가치는 개인적인 주관에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현대 미학은 그런 흐름에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한옥에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숭고’가 있다고 말한다. 숭고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어떤 대상에게 받은 충격’으로 대상 앞에 스스로 겸손해지면서 인격적으로 고양되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이라 한다.

그럼 한옥에 숭고가 어떻게 숨어 있을까? 한옥을 지을 땐 서양처럼 정확하게 길이를 재고 비율을 따지는 게 아니라 ‘대충’ 짓는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한옥에는 절대적인 수치나 비례가 없다. 성의 없이 짓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건물 하나의 완결미나 비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집, 우리 한옥에만 있는 마당 그리고 자연까지 하나로 보아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그 지점에 맞추어 짓는 것이다.

자연의 속성인 형상을 인공적으로 해치지 않고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한옥은 자연 자체를 담은 건물이 된다. 또한, 완성된 건물을 다시 자연의 흐름으로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한옥은 자연이 능동적으로 개입할 길을 넓게 열어 놓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로써 한옥의 숭고미가 확보된다.

마당을 포함하여 한옥을 이루는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여 흥을 이루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건물과 자연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곳, 그곳이 우리의 전통 집 한옥이다.

한옥에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책이다. 칸트와 하이데거, 벤야민과 들뢰즈 같은 철학자의 시각을 통해 한옥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꼭 읽어볼 인문 책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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