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리를 함께한 한인 상장은행의 한 간부가 은행 지점의 미래에 관해 던진 말이다.
이 간부는 “코로나 19가 은행들에게 오프라인 지점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줬다 “라며 “오프라인의 비중을 낮추고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뱅킹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언젠가는 이런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타이밍이 정말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은행의 경우 5년 안에, 한인은행은 10년 안에 운영(영업)모델의 완전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이 시류를 타면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순간 은행의 존폐 자체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향후 현재의 은행(한인은행 포함)이 계속 업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 금융업계의 오프라인 지점 관련 데이타를 보면 급격한 변화가 감지된다.
S&P 마켓 인텔리전스의 집계 결과 지난 5월 한 달간 미 은행 지점의 수는 99개가 감소했다. 101개 지점이 문을 열었지만 200개 지점이 폐점한 것이다.
지난 1년간은 4322개 지점이 문을 닫았는데 새로 오픈한 지점은 1140개에 불과해 3182개의 격차를 나타냈고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8년에서 지난해까지(NCRC 자료 기준)는 전체 14%에 해당하는 1만 3432의 지점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 됐다.
미 은행의 운영 지점 수(2020년 6월 기준)는 8만 1586개로 2019년과 2017년에 비해 각각 1.51%와 5.13%가 감소했고 2017년 이후 문을 닫은 지점 중 23%인 1020곳은 중-저소득층 밀집 지역으로 분류됐다.
은행별로는 트루이드(Truist)로 합병된 선트러스트와 BB&가 4년에 걸쳐 전체 16.5%에 해당하는 565개 지점을 통폐합해 가장 많은 지점을 정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점 폐쇄는 코로나 19가 본격 확산된 지난해 여름 이후 오히려 감소했는데 이는 실업률이 폭등하는 가운데 지점 통폐합 등으로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 이에 대한 비난 여론과 법정 소송이 급증할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지점 감소와 함께 영업 모델에서도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3000여개 대형 은행들에게 뱅킹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는 터미노스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을 통해 전 세계 대형은행 300여명의 중역(C-Suite) 간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향후 5년 안에 오프라인 지점 기반의 은행 영업 모델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진행한 동일 문한에 대항 답변에 비해 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비교대상을 2017년(35%)으로 확대하면 무려 20%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전체 은행 고객의 약 52%가 코로나 19 이후 지점 방문 수가 줄었고 33%는 지점 방문 대신 은행의 앱을 사용한다고 답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다. 65%에 해당하는 은행 간부들은 은행 영업 방식 전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인공지능(AI)나 클라우드 등과 같은 신규 기술의 발달을 꼽았는데 이 역시 지난 2018년 동일문항으로 진행한 조사(42%)에 비해 23%포인트나 상승했다.
또 응답자의 80%와 81%는 각각 “새로운 상품 보다는 고객이 긍정적 경험을 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와 “인공지능의 적극적인 도입 및 활용 여부에 따라 은행의 흥망성쇠가 갈리게 될 것”에 동의했다.
이외에도 코로나 19확산 이후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는 47%가 “은행들이 2년 안에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이 외부 벤더와의 협업을 늘려 각자의 은행이 갖추지 못한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수익구조에 대해서는 소규모 상공인(34%)과 은행 비 사용자(33%)에 대한 영업이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