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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무륵을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류준열)
“무륵과 이안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어요.”(김태리)
10일 개봉하는 ‘외계+인’ 2부는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의 후속작이다. 1부가 영화의 세계관과 여러 캐릭터를 설명하는 작품이었다면 2부는 당시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를 모두 풀어낸다. 류준열과 김태리는 각각 ‘얼치기 도사’ 무륵과 인간 이안으로 다시 돌아와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두 배우를 각각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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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륵은 딱히 자기 수행이나 노력 없이 우연히 하루 아침에 도술 능력을 얻는 인물이다. 류준열은 이러한 캐릭터의 설정이 재능과 노력이 모두 필요한 배우의 숙명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재능이냐, 능력이냐’를 두고 늘 궁금증이 있는데, 어떨 때는 재능이 중요한 것 같다가도 다른 때는 노력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며 “그러던 와중에 ‘주문이 무슨 소용이냐, 다 내 맘 속에 있다’는 무륵을 보며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안은 특별한 능력을 지니지 않은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용기와 대담함으로 무장한 여성이다.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고려 시대의 도사들과 힘을 합쳐 외계인에 맞선다.
김태리는 “어딘가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 아무도 모르지만 각자가 지켜야 하는 것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며 “무륵과 이안을 보면서 나도 그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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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SF 판타지에 코미디가 곁들여진 액션 드라마로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인연론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심오한 작품이다. 각기 다른 배경의 캐릭터들이 각자 다른 동기로 움직이지만, 알고 보면 과거의 인연이 다시 현재 인연으로 연결되고, 그 인연들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류준열은 “영화는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나고 맺었던 인연들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준다”며 “무륵과 이안이 악을 맞서서 한 뜻으로 세계를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얽혔던 인연을 풀어가다 만들어진 운명이 세계를 구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김태리 역시 “영화는 결국 인연과 운명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과거 이후의 삶이 그려지는 그런 작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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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탓에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과 액션이 스크린을 채운다.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촬영해야 하는 배우들에겐 여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아울러 고난도의 와이어 액션도 과제였다.
김태리는 “감독이 그리는 이미지 있으니 최대한 수용해서 상상했다”며 “외계인의 촉수가 나오는 장면 등에서 감독님이 물질의 질감까지 알려주는 등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류준열은 “액션이 영화의 주였기 때문에 어떻게 잘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액션이라는 건 어떤 동작이 완료됐을 때 완성이 아니라 감정이 전달됐을 때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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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외계+인’ 1부는 극장가에서 150만명만 모으는 데 그쳤다. 천만 신화를 두 번이나 쓴 흥행 메이커 최 감독의 첫 고배였다. 최 감독은 최근 ‘외계+인’ 2부 기자 간담회에서 1부 때의 마음 고생한 기억을 떠올리며 울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입소문을 타며 뒤늦게 인기를 얻었고,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외계+인’ 2부는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최 감독은 1년 반 동안 ‘외계+인’ 2부 편집에만 매달렸다. 그가 편집본을 시청한 횟수만 150번, 최종 편집본만 52개에 달할 정도다.
류준열은 “(완성본을 보고 나니) 감독님의 책임감이 이 정도였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며 “감독님은 1부의 책임은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하신 것을 촬영하면서 몸소 다 보여줬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태리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인 감독을 언급하며 “(감독님과) 같은 마음일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며 “(감독님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감독님이 가지는 마음은 (나와) 비교도 안되게 너무나도 큰 맘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같이 작업해보니 사랑에 빠지게 된 느낌”이라며 “그 분의 색채를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가까이서 어떻게 작업하는지, 고뇌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고 나니 또 다시 같이 작업하고 싶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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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과 김태리는 모두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뒤 승승장구를 한 배우들이다.
2014년 클래지콰이의 ‘내게 돌아와’ 뮤직비디오로 얼굴을 알린 류준열은 이듬해 영화 ‘소셜포비아’로 본격 스크린에 데뷔해 같은 해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글로리데이’, ‘더 킹’, ‘택시운전사’, ‘독전’, ‘올빼미’ 등으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김태리 역시 2014년 광고를 통해 얼굴을 알린 뒤 여러 단편을 거쳤고, 2015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파격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알렸다. 당시 오디션 경쟁률만 1500 대 1에 달했다. 이후 그는 영화 ‘1987’,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악귀’ 등으로 매번 신선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스크린에 데뷔한 지 10년 차가 되면서 여유도 생길 법 하지만 두 배우 모두 연기 생활에 대한 각자만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류준열은 점점 무거워지는 책임감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현장에서 내 어깨에 책임감을 어디까지 얹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며 “자칫 선을 넘거나 열정처럼 보일 수 있으니 조절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반면 김태리는 최선의 기준을 두고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할 때 옳다고 생각하는 걸 계속 주장하는 것과 안되는 것을 인정하고 포기하는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며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고, 특히 포기가 최선일 때는 더욱 고민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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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생활이 무르익어가면서 고민도 많아지는 시점이지만 두 배우는 공통적으로 영화 ‘외계+인’이 필모그래피에 한 줄 더 추가되는 것을 넘어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큰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최동훈이라는 사람이 만든 영화는 뒤에 뭔가 탁 펼쳐져요. 유머도 있지만 깊은 내면엔 다른 게 있죠. 거기에 볼거리와 재미까지 있어요. 1부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류준열)
“모든 답답함을 거두고 통쾌하게 마무리가 지어지면서 마지막엔 분명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영화에요. 영화라는 분야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그리워할 순간이 있다면 ‘외계+인’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큼 행복했고 낭만이 있었어요.”(김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