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서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3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로 정평이 나 있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심사 승인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세계 10위권 수준의 ‘메가 캐리어(Mega Carrier·초대형 항공사)’ 출범이 임박하며 국내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에도 눈길이 쏠린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는 대한항공이 최근 제출한 아시아나와 합병을 위한 시정 조치안에 대해 최종 승인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담은 결정문 초안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문 초안이 마련되면 27개 회원국 경쟁당국 자문 등을 거쳐 집행위원단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공식 발표는 이르면 이달 말 혹은 내달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EU는 심사 마감 기한을 2월 14일로 밝혔었다. 확정 시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마무리까지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최종 판단만 남겨두게 된다.
EU는 그동안 합병을 위해 거쳐야 할 가장 큰 고비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 EU의 심사 결과는 미국과 일본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타국의 심사 추이 및 상황을 보며 지속 조사하겠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2021년 1월 14일 이후 총 14개의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3개국을 제외한 한국, 터키, 호주, 중국, 영국 등 11개국은 이미 기업결합을 승인한 상태다.
이번 EU의 심사에는 지난해 말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문 분리 매각 계획 및 EU 4개 중복노선(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에 대한 국내 타 항공사 진입지원 방안 등을 시정조치안에 담았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인 화물 사업 매각을 두고 비판적인 시선이 있기도 했지만, 대한항공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시정조치 방안을 제안했으나, 이번 거래 승인을 위해서는 아시아나 전체 화물사업 매각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업계에서는 화물 사업 인수자로 제주항공이 거론된다. 화물운송 사업은 제주항공의 전체 매출 규모의 2~3% 수준에 그치지만, 제주항공이 화물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고,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는 점에서다.
제주항공은 2022년 6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화물 2호기를 추가 도입했다. 2022년 3분기 2925t(톤)에 그쳤던 화물 수송량은 지난해 3분기 4690t으로 약 60% 성장했다.
다만 아시아나가 보유한 화물 기재의 연령이 높고, 항공화물 운임의 변동성, 기존 직원들의 고용승계 유지 조건 등은 매각에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시정조치안에 함께 포함된 유럽 4개 노선 운수권은 티웨이항공이 넘겨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대형기 2대를 포함, 총 7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유럽 등 해외 노선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목표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1988년부터 약 36년간 이어져 온 양대 국적항공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내에서도 메가캐리어가 탄생한다. 양사는 230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며, 매출은 20조원 대로 수직상승한다. 중복 노선의 효율화, 정비사업의 규모의 경제 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