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윤석열 대통령에 항의하다 제지 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카이스트 졸업생이 축사를 하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리를 치다 경호원들에게 강제로 끌려나간 것을 ‘차지철 생환경호’라고 비판했다. 차지절은 박정희 정권 시절 마지막 대통령 경호실장이다.
박 전 원장은 18일 SNS에 “대통령 주변에는 차지철만 있냐”며 “입틀막 경호는 차지철 생환 경호”라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국내외 졸업식 연설이 있을 때 (학생이 소리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라며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쥐꼬리 회복, 거기에다 석사 80만원, 박사 110만원을 운운하면 과학도들의 자존심이 허락하겠냐”고 반문했다.
박 전 원장은 “대통령 주위에 제2, 제3의 차지철을 정리하고 차지철 망령을 제거해야 대통령이 성공하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 경호원들은 지난 16일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도중 한 졸업생이 윤 대통령에게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소리치자 해당 학생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강제로 끌고 나갔다. 해당 학생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말한 카이스트 학생이 질질 끌려 나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인들이 공분했다”며 “오늘 대통령이 끌어내린 것은 한 명의 학생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미래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지적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폭력으로 군사정권을 옹위하던 ‘백골단’이 부활한 것 같다”며 “카르텔을 운운하며 R&D 예산을 날려놓고 염치없이 카이스트 졸업식을 찾은 것 자체가 기막힌데 졸업생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잡아 끌어내냐”며 “윤 대통령의 ‘입틀막’ 정부에서 참담하고 슬픈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건이 발생한 당일 SNS에 해당 졸업생이 강제 퇴장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대통령은 사과하라”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