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뛰어든 현직검사들…최고징계 받은 이성윤만 공천

이성윤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검사징계법상 가장 높은 처분인 ‘해임’ 징계를 받은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가볍게 통과했다. 반면 현직 검사 신분으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와 박용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 신성식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공천 단계에서 탈락해 희비가 엇갈렸다.

5일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북 전주을 총선 후보자리에 영입 인재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확정됐다.

이 연구위원은 비례대표 양경숙 의원과 고종윤 변호사, 이덕춘 변호사, 최형재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과의 5자 경선에서 승리했다.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 연구위원은 5자 경선에도 불구하고 과반을 득표하며 곧바로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 연구위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을 비판하는 등 검찰 윤리 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중징계가 청구됐고, 최근 최고 수준 징계인 해임 처분을 받아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징계로 해임되면 3년간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지만 정치 활동에는 제약이 없어 총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반면 최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경남 창원의창에 도전장을 낸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를 경선 배제(컷오프)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작년 9월 추석을 앞두고 고향 주민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 등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법무부는 지난달 5일 김 부장검사에 정직 3개월 중징계를 의결하고 이후 사직서를 수리했다.

국민의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총선 후보에 도전한 박용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도 컷오프됐다. 박 전 지청장 역시 지청장 시절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와 부적절한 식사 모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사직 처리됐다.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해임 처분을 받은 신성식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민주당에서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출마를 타진했으나 역시 컷오프됐다. 신 전 연구위원 측은 5일 오전 경선참여 배제 결정에 대한 입장과 재심청구 기각 등에 관한 심경을 밝힐 예정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 따르면 22대 총선에 검사 출신 47명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거나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21명은 이미 검사 경력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고 이번에 새로 출마를 준비하는 전·현직 검사는 26명인데, 위의 4명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채 출마를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사의 정치참여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성재 신임 법무부 장관도 취임식에서 “최근 일부 검사들의 정치 행위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매우 따갑다. 스스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행법상 현직 검사가 사의 표명을 하고 선거에 나서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이 선거일 90일 전까지만 사퇴하면 선거에 입후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직 경찰일 때 사표를 내고 사직서 수리가 안된 상태에서 출마해 당선된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의 의원직을 인정한 2021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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