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자 테라파워, 美 첫 ‘SMR 상업화’ 유력

크리스 르베크(앞줄 오른쪽 3번째) 테라파워 CEO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위치한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SMR건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NRC 및 테라파워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테라파워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내 첫 SMR 상용화에 성큼 다가섰다. 미국 원자력 행정당국에 SMR 건설허가를 내고 오는 6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미래 원전 패권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SK㈜와 SK이노베이션이 빌 게이츠와 공동 선도 투자자 지위여서 상용화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크리스토퍼 T. 핸슨 NRC 의장에게 직접 건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원자력행정의 상징인 NRC 의장이 직접 건설허가 신청서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NRC는 원자력 관련 설비의 인허가권, 핵물질, 원자력 기기의 안전과 수출 규제를 담당한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SMR은 시장 지배적 기술이나 표준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제도권 내에서 가장 먼저 상업화에 성공하는 기업 3~4곳이 시장을 독식하고 기술표준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건설허가 신청으로 테라파워가 자본력과 기술력뿐만 아니라 전력 판매 구조 등 사업개발 역량에서도 가장 앞서고 있는 SMR 기업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NRC의 건설허가 심사에는 통상 2년 정도가 소요된다. 다만, NRC의 건설허가 없이도 먼저 착공할 수 있는 부지 기초공사와 전력생산 및 저장, 송출설비 등 기타 제반 설비 공사를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건설허가가 떨어지는 즉시 원전설비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30년까지 최초의 SMR 단지를 완공, 상업운전까지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테라파워가 짓는 SMR은 워런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퍼시픽콥의 와이오밍주 케머러의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내에 구축된다. 해당 석탄화력발전소는 2025년 폐쇄될 예정인데, 대신 345메가와트(㎿)급 SMR 단지가 건설되는 것이다. 345㎿는 약 25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SMR은 대형 원전의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500㎿ 이하 소형 원전을 의미한다. 친환경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원전으로, 인공지능(AI) 등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소비 폭증에 대응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4세대 SMR을 개발 중인 테라파워의 경우 기술 실증을 위한 8억3000만달러(약 1조12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최초 상용화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파트너사인 퍼시픽콥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고려했을 때 프로젝트 지속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을 통해 건설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싱크탱크 브레이크스루 연구소의 애덤 스타인은 “테라파워가 자금을 확보해 공개시장에 의존할 필요가 없고 설계상의 경쟁력도 갖춘 만큼 미국 내 다른 경쟁사 대비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SMR은 최근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은 글로벌 SMR 시장이 2035년 최대 5000억달러(약 6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약 80여종의 SMR이 개발 중이나 아직까지 기술 표준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창원·경남을 SMR 클러스터로 육성하고 SMR 개발에 역량을 집중키로 한 상태다. 이를 위해 SMR 등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윤석열 정부는 5년간 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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