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무너지며 기자가 라켓 밟아
“예비 라켓으로 잘할 것” 했지만 충격 탈락
한국 대표팀엔 호재
라켓이 부서지자, 항의하는 왕추친. [웨이보]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정주원 수습기자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사진기자가 내 라켓를 밟아 깨뜨렸다. 예비 라켓으로 경기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 탁구 왕추친(24)-
중국 탁구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 왕추친(24)이 남자 단식 32강에서 충격 탈락했다. 전날 부러진 라켓의 영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왕추친은 “예비 라켓으로 경기를 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세계랭킹 1위인 그가 26위인 스웨덴 트룰스 모레가드(22)에게 예상 밖 패배를 당했다.
왕추친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 경기장에서 모레가드에게 게임 스코어 2-4로 패했다. 이로써 모레가드는 20년 만에 단식에서 중국 선수를 이긴 최초의 비중국인 선수가 됐다. 탁구 강국 중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한 번도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왕추친은 전날 열린 혼합복식 결승에서 북한을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기쁨의 순간도 잠시. 변수가 발생했다. 왕추친은 사진 촬영을 위해 바닥에 라켓을 내려놨는데, 이때 사진기자들이 대거 달려들어 포토 라인이 무너졌다. 결국 한 기자가 왕추친의 라켓을 밟아 부러뜨렸다.
탁구채는 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손잡이 부분이 휘어졌다. 이 사건으로 왕추친이 취재진에게 항의하고, 중국 탁구 대표팀 코치가 그를 말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왕추친을 다독이는 중국 탁구 대표팀 코치. [웨이보]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왕추친은 이후 인터뷰에서 “사진기자가 내 탁구채를 밟아 깨뜨렸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이러면 안 되지 않나”며 “이 상황이 나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비 탁구채로 경기를 잘할 수 있을 거라 본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탁구 팬들은 중국의 SNS인 웨이보를 통해 사진기자들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구선수에게 라켓은 생명과 같다. 평소 쓰던 라켓의 그립감, 패드 등 모든 요소가 선수 개인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왕추친은 낯선 예비 라켓과 함께 32강 탈락이란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한편 왕추친의 패배는 한국 탁구 대표팀에겐 호재다.
남자 단식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생존한 장우진은 4강까지 순항할 경우 왕추친과 대결할 가능성이 컸는데, 그 고비를 피하게 됐다. 한국 탁구가 남자 단식에서 메달을 딴 건 2004 아테네 대회 금메달리스트 유승민(현 대한탁구협회장·IOC 선수위원)이 마지막이다.
장우진은 이날 오후 11시 일본의 도가미 슌스케를 상대로 16강 경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