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차세대 AI 가속기 MI325X를 소개하고 있다. [AMD 유튜브] |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올해 4분기 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 출시로 엔비디아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특히 AMD의 신형 AI 가속기에 삼성전자의 5세대 HBM 탑재를 유력하게 보고 있어 하반기 삼성전자의 HBM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차세대 AI 가속기 MI325X를 공개하고, 올해 4분기 출시 계획을 밝혔다. 당시 수 CEO는 “MI325X는 업계 최고의 288GB 용량을 가진 HBM3E를 탑재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제품 8개가 MI325X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세계 최고 용량인 36GB 12단 HBM3E 제품을 개발하며 HBM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세대 제품인 HBM3의 경우 AMD의 AI 가속기 MI300에 탑재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HBM3는 모든 그래픽처리장치(GPU) 고객에게 공급을 확대 중”이라며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HBM3E 판매 비중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HBM 중 HBM3E 매출 비중은 3분기 10%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며 4분기에는 60% 수준까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는 삼성전자의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8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GB200의 설계 결함으로 양산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삼성전자의 HBM3E 납품 일정도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AMD를 또 다른 고객사로 둔 삼성전자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MD는 현재 엔비디아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틈새 전략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하는 ‘반(反) 엔비디아 전선’이 형성된 점도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한 만큼 AMD 같은 후발주자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MD가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 크게 뒤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로선 HBM3에 이어 HBM3E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상인 만큼 수혜가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 출시될 MI325X에는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독점으로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AMD와 함께할 삼성전자의 HBM3·3E 성장 스토리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