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마저 놓칠라…빗장 걸어잠근 與 [이런정치]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민의힘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에 제동을 걸고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을 당 내 중진 인사로 좁히는 등 핵심 지지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단일 대오를 유지한다면, 조기 대선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18일 야당 단독으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개최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전날인 17일 국민의힘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23~24일 인사청문회를 열고 연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도 마무리 짓는다. 지난 16일 한동훈 당 대표 사퇴 전후로는 원외의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비대위원장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은 당 내 인사로 좁히는 방향으로 빗장을 걸어잠갔다. 당 내 혼란을 수습하고 탄핵 가결의 책임을 지기 위한 ‘용병 불가론’이 힘을 얻은 까닭이다. 원내 중진 권영세·나경원 의원부터 당 대표 권한대행과 원내대표를 맡은 권성동 의원이 비대위원장까지 겸하는 안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계에서는 최근 국민의힘의 행보를 두고 ‘집토끼 사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금융투자세를 폐지하고 반도체특별법을 검토하는 등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과 대비된다. 전반적인 여론과 동떨어진 국민의힘 지지층의 여론을 적극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75%가 찬성했다. 21%는 반대, 4%는 의견을 유보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12·3 비상계엄 사태는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응답은 71%, ‘내란이 아니다’ 23%, 판단 유보는 6%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전혀 다른 여론이 읽혔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66%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탄핵 반대 여론이 우세한 집단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유일했다. 70대 이상이나 보수 성향에서는 탄핵 찬반 의견이 비등했다. 70대 이상에서는 탄핵 찬반이 각각 49% 대 43%, 보수 성향에서는 46% 대 50%로 집계됐다.

비상계엄 사태 내란 여부에 관한 판단도 대통령 탄핵 찬반과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68%는 ‘내란이 아니다’고 답했다. 70대 이상은 43%, 보수 성향에서는 51%가 비상계엄 사태는 내란이 아니라고 봤다.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위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영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의 학습효과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탄핵 찬성파를 향한 ‘배신자’ 낙인찍기가 탈당과 분열, 대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4.0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1.41%,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6.76% 득표했다. 세 후보의 표를 합치면 문재인 대통령(41.08%)을 넘는다. 범여권 차원의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번에는 탄핵이 대선 패배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현재 유력 대권주자들의 탈당이 없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다만 국민 여론에 역행하는 만큼 전향적 변화 없이는 ‘예정된 패배’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 유권자 중 국민의힘 지지층이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탄핵 반대 여론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우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약 12%다. 결국 전체 대비 탄핵 찬성 여론은 약 15%에 그친다”며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도 일부의 여론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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