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 제공]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한화그룹이 미국 해군 함정 건조·유지·보수(MRO) 거점으로 주목 받는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 절차를 최종 완료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미 해군 MRO 사업 진출 기반을 보다 탄탄하게 마련하게 됐다.
20일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 인수를 위한 제반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모회사인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Aker)와 본계약을 체결한 지 6개월 만이다.
연안 운송용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필리 조선소는 미국 설비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해군 MRO 사업 거점으로 주목 받는 시설이다.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또 미국 교통부 해사청(MARAD) 다목적 훈련함(NSMV)을 건조하는 등 상선뿐 아니라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 선박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참여한 인수 금액은 총 1억 달러다. 한화시스템이 6, 한화오션이 4 비율로 각각 참여했다. 한화그룹은 북미 조선 및 방산 시장에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화오션이 보유한 친환경 선박 기술과 스마트 생산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해양 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통합제어장치와 선박 자동제어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조선소 기술 경랙력을 높인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북미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 정권 교체도 한화그룹 북미 진출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해양패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 조선업 기술력을 언급하며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미 해군 MRO 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MSRA(함정정비협약)를 체결하기도 했다. MSRA는 미국 정부가 높은 유지·보수 품질 및 기술을갖춘 조선 업체와 맺는 인증 협약이다.
향후 필리 조선소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의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해군은 함정 생산 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필리 조선소는 이를 해결할 최적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북미 시장 내 해양 방산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매출 다각화와 글로벌 영향력을 동시에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필리 조선소 인수는 한화그룹이 글로벌 해양 방산 산업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최고의 기술력과 지속 가능한 해양 솔루션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