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


▶기대 없는 토요일(윤지양 지음, 민음사)=‘제4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인 윤지양 시인의 ‘소설’ 외 57편이 엮인 시집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감각을 바탕으로 한 예상 밖 독창적 전개가 눈길을 끄는 시들이 한데 묶였다. 모바일메신저로 대화하듯 풀어낸 ‘이상한(weird)’ 대화와 주문음식과 가격이 뜨는 “전쟁터 같은” 식당 결제모니터를 닮은 시는 그 자체로 일상적이나 동시에 비일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처럼 친숙하면서도 낯선 은유는 모순되고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는 시 속 화자의 모습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참사를 사상하고 사망자를 모독한”, 그런 “개같은” 경멸 속에서도, 마치 고장난 함수처럼 시인은 세상과 연결되고 싶었던 것만 같다. 멀어지고 가까워지며 부정하면서도 비켜가는 이 모든 것의 토요일에 대한 기대 없는 애틋한 기대가 역설적으로 현실과 조응한다.


▶테이스트:음식으로 본 나의 삶(스탠리 투치 지음·이리나 옮김, 이콘)=저자인 배우 스탠리 투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대식가 아버지와 요리 솜씨가 좋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이웃집에서 밥을 먹는 건 고통스러웠다고 할 정도로 항상 훌륭한 이탈리아 가정식을 먹으며 자랐다. 그는 그림, 작곡, 글쓰기 등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음식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예술’이라고 말하며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왔다. 이 책은 음식과 삶의 교차점에 대한 성찰을 담은 투치의 첫 음식 에세이로, 어린 시절 살던 미국 뉴욕부터 현재 살고 있는 영국 런던까지 그의 여정에 따른 맛과 삶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나라별 영화 촬영장의 케이터링 서비스와 영화 ‘줄리 앤 줄리아’ 촬영 중에 있던 배우 메릴 스트립과 ‘맛있는 일화’도 눈길을 끈다. “음식은 나를 살게 할 뿐 아니라 나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저자는 음식과 인생의 다채로운 풍미를 전한다.


▶돌봄의 역설(김준혁 지음, 은행나무)=돌봄은 노인, 장애인, 아이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돌봄의 가치를 온당하게 인정하지 않기에 누구나 돌봄을 원하지만 누구도 돌보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긴다. 의료윤리학자인 저자는 돌봄의 지위를 복원하고, 돌봄 윤리를 사회의 근간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을 외국인 노동자나 AI(인공지능), 로봇에만 맡기기 보다 모두의 삶에 들여야만 돌봄의 위기가 해소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특히 저자는 돌봄을 ‘삶의 보존’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관계 맺음으로 시작하는 돌봄은 살핌을 받는 사람은 물론 돌보는 사람 역시 그와 나누는 애정이나 추억, 유대감 등을 얻을 수 있다. 즉 돌봄의 교환성에 주목하게 되면 돌봄은 타인을 위한 일방적인 헌신이 아니라 서로의 생을 지탱하는 연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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