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난 정용진…‘브로’ 후광에 미국 사업 탄력받나

이마트 미국 3분기 누적 영업익 342억, 2배↑

해외사업 매출 14% 성장…비중 8% 확대

AI 투자 등 신성장동력 모색 가능성도 거론

취재진엔 “여기서 말할 건 아니다” 말아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국내 정재계 인사 중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면서 그의 ‘인맥’이 국내외 사업에 가져올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내 그로서리(식료품) 확장은 물론,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성장동력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미국 그로서리 및 와인 사업 부문에서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302억원, 342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104.8% 증가했다. 연간 매출 2조원, 영업이익 300억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거둔 호실적은 이마트가 3분기 기록한 누적 영업이익 1242억원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마트는 2018년 미국에 ‘PK 리테일 홀딩스’를 세웠다. 현지에서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굿푸드홀딩스(Good Food Holdings) 지분 100%도 인수했다. 굿푸드홀딩스는 ‘브리스톨 팜스(Bristol Farms), ‘뉴 시즌스 마켓(New Seasons Market) 등 5개 브랜드와 56개 프리미엄 그로서리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사 신세계프라퍼티가 2022년 초  2억5천만달러에 인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는 미국내 소매가 $80~$1,500 사이의 프리미어 와인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이마트가 미국 사업을 확장하는 배경에는 그로서리 시장의 잠재력이 있다. 글로벌 시장전문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그로서리 시장은 2013년 5755억달러(약 834조원)에서 2023년 8848억달러(약 1229조원) 규모로 커졌다. 이마트가 집중하는 유기농 프리미엄 그로서리 시장은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부문으로 평가된다. 프리미엄 와인 시장도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가운데 신흥 아시아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가 포화상태인 국내를 벗어나 해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실제 올해 이마트의 3분기 누계 해외 사업 매출은 1조7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6.9%에서 8.0%로 확대됐다.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이마트]

이마트는 미국 현지에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초 PK 리테일 홀딩스 산하에 투자 전문 법인인 ‘퍼시픽 얼라이언스 벤처(Pacific Alliance Venture)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8월에는 AI를 기반으로 월마트 등에 공간 활용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버틀러(Butlr)’ 투자에도 참여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2007년 미국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사이먼그룹과 손잡고,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며 국내에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도입한 것처럼 통념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정 회장이 신개념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사업을 주도하고, 2017년 국내 최초의 테슬라 매장을 연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앞서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16일부터 5박 6일간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머물다 22일 오후 귀국했다. 정 회장은 평소 ‘브로(형제를 뜻하는 brother의 준말)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깊은 트럼프 주니어의 주선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식사를 같이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여러 인사도 만났다.

정 회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트럼프 주니어가 많은 인사들을 소개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미국 사업 확대 계획을 묻는 질문엔 “사업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말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한국 정세에 대해 직접 얘기 나눈 부분은 없다”면서 “트럼프 주니어 등 주변인이 한국 상황을 물어보면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이니 믿고 기다려달라, 빨리 정상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샘 알트먼 오픈AI CEO, 추 쇼우즈 틱톡 CEO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 잇따라 만나 사업 논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후 1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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