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지갑 닫는다…내년 소비 전망도 ‘안갯길’

한경협 설문 응답자 과반이 ‘내년 지출 줄일 것’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소비 활성화 정책 필요

 

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16일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 직장인 오모(29) 씨는 100만원이던 월 소비 금액을 내년부터 20만원씩 줄일 계획이다. 오 씨는 “앞으로 경제가 안 좋아질 것 같아 꼼꼼히 따져보며 최대한 절약하려고 한다”라며 “쇼핑도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생필품 외에는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내수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내년 가계 지출을 줄이려는 모습도 관측된다.

23일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2025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물가’가 내년도 소비자 트렌드를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꼽혔다. 유로모니터는 내년 ‘다각형 소비’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모니터는 다각형 소비에 대해 “짠테크 등 일시적일 것 같던 절약 지향적인 소비가 이제 소비자 행동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며 “충동구매가 줄고 비용과 소비 경험, 제품의 장기적인 가치 등 모든 측면이 고려된 계획 소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3~20일 내년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53%)이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내년 가계 소비지출은 올해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들은 내년 소비를 줄이는 이유로 ‘고물가 지속(44.0%)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여행·외식·숙박(17.6%)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여가·문화생활(15.2%), ‘의류·신발(14.9%)순이었다. 소비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2.1%)을 꼽았다.

유통·외식 업계는 12월 연말 대목을 노린 할인 행사와 이벤트로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달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소비는 더 얼어붙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전주 대비 26.3% 감소했다. 이는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9월 20일(-26.3%) 이후 11주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경제 성장률은 전망치인 1.9%보다 안 좋게 나올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기 쉽지 않은데 언제 나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소비와 투자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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