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인적분할 때 자사주 신주배정 제한

국무회의 의결…31일부터 시행
자사주 마법 제동, 주주가치 제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 A사는 자사주를 30% 보유한 상장사다. 대주주는 40%, 일반주주는 30%로 각 A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대주주와 일반주주 의결권 비율은 4대3(57%:43%)이다.

A사가 인적분할로 B사를 신설하자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는 되살아난다. 지분대로 A사(30%), 대주주(40%), 일반주주(30%)에게 ‘신주’가 배정되면서다. 대주주는 모회사(A사) 지분율(30%)와 자회사(B사) 지분율(40%)를 얻게 된다. B사에 대한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의결권 비율은 7대3으로(70%:30%)이 된다. 인적분할을 통해 대주주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과정이다. 앞으로는 A사와 같은 자사주 마법이 사라지게 된다. 상장사가 인적분할을 하더라도 자사주 신주 배정이 제한되면서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31일부터 시행된다.

자사주는 의결·배당·신주인수권 등 대부분 주주로서 권리가 제한된다. 다만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은 이뤄졌다. 인적분할과 관련해 법령과 판례가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상장사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다른 상장사와 합병 시에도 소멸되는 법인이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이번 개정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면서 상장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늘렸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12월20일 기준) 상장사가 취득한 자사주 규모는 18조7000억원으로 지난해(8조2000억원) 대비 2.3배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올해 1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4조8000억원) 대비 2.9배 늘었다. 최근 7년 사이 최대 규모다. 개정안을 통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대주주 지배력 확대로 이어지는 사슬을 끊고, 실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효과를 도모하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자사주 보유·처분 과정에서 공시 강화 내용도 담겼다.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이면, 자사주 ▷보유현황 ▷보유목적 ▷향후 처리계획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 공시해야 한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처분목적, 처분상대방 및 선정사유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자사주 취득·해소 과정에서 규제차익도 제한된다. 개정안은 신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에도 직접 취득방식과 동일하게 자사주 취득금액이 당초 계획·공시된 규모보다 적을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게 한다. 계획된 자사주 매입 기간 종료 이후 1개월 전에 새로운 신탁계약 체결도 금지된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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