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뒤 인도 숙소에서 접한 사고 소식에 급히 귀국
“조류 경보 낸 지 1분 만에 ‘메이데이’ 할 수 있나”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새롭게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 발표에 오열하고 있다. 2024.12.30 [공동취재]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태국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한 18명 중에 저 혼자만 살았어요”
탑승자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자 신원이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단체 패키지 여행에 나섰다가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가장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31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참사 발생 이틀째인 전날 무안국제공항 청사 2층은 유가족의 절규와 고성으로 가득찼다.
이날 유가족 A씨는 마이크를 잡고 “인도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가족과 함께 18명 단체 패키지 여행을 갔는데 나 혼자 살아남았다”며 울부짖었다.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오른쪽)이 사고 여객기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 |
한 대기업 인도 현지법인에 근무 중인 A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태국에서 만나 여행을 다녔다.
방콕에서 A씨는 본인을 포함한 가족 4명, 할아버지 생신 기념 여행을 온 대가족 9명, 목포에서 온 5명의 관광객 등 총 18명과 함께 여행을 즐겼다.
여행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야 했던 A씨는 다음을 기약하며 가족과 헤어진 후 홀로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먼저 인도로 입국한 뒤 숙소로 돌아온 A씨에게 들려온 건 가족들을 비롯해 함께 여행한 사람들이 탄 비행기 사고 소식이었다. 점점 사망자가 늘어가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에 빠진 A씨는 황급하게 한국행 비행기를 끊었다.
이어 전날 새벽 인천에 도착한 뒤 정신없이 무안공항을 찾았다. 이미 통곡 소리로 뒤덮인 공항에서 알음알음 이야기를 전해듣고 DNA 검사 신청을 했다. 그러는 새 상실감과 함께 분노가 차올랐다.
A씨는 “여행 마지막 날 그 가족분들과 제 가족이 헤어지는 순간까지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함께 여행했던 다른 가족 중에)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따라온 6살 여자 꼬마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며 흐느꼈다. “18명 중에 저 혼자 살아 남았다”며 “왜 고통은 저의 몫이냐”고 울부짖었다.
A씨는 사고 원인에 대해 답답함도 드러냈다. A씨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조류 경보를 낸 지 1분 만에 비행기가 ‘메이데이’를 할 수가 있냐”며 “그 전에 조류 관찰을 못 했나, 조류가 있기 때문에 착륙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착륙이 안 될 것 같으면 착륙 허가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무안공항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나. 김포공항, 인천공항처럼 365일 대응하냐”며 “조류 새 떼가 (포착된 지) 1분 만에 (메이데이 교신이) 나왔다는데 조류가 그때 보였나”라고 물었다.
A씨는 현장 취재진에게 “진실이 뭔지 정확히 파헤치기를 바란다”며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고 이후 대책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보도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합동분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이 무엇인지,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