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군 수뇌부, 北도발 거론하며 계엄병력 마련

“대규모 탈북 징후” 근거로 부대 출동 준비시켜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오물풍선’ 언급하며 대비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군 수뇌부들이 북한 도발이나 대규모 탈북 가능성에 대한 대응을 이유로 비상계엄에 동원한 병력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83쪽 분량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달 1일 오후부터 산하 공수여단장에게 “북한 도발 가능성이 크니 예정된 훈련을 미루고 출동 대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곽 사령관은 같은 날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등 주요 기관을 장악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곽 사령관은 707특수임무단에도 북한과 그 동조 세력이 서울에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포착됐다며 진압 작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전사 최정예 대테러부대인 707특임단은 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진입한 부대다.

이같이 곽 사령관이 휘하 부대를 단속하던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김 전 장관의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며칠 이후로 준비되면 보자”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곽 사령관이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하자, 곧이어 김 전 장관도 같은 번호로 연락해 “깜짝 놀랐지. 내일 보자”라고 했다.

각지의 선거관리위원회에 배치된 국군정보사령부 병력 차출의 근거도 북한과 관련된 이유였다.

검찰에 따르면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계엄 선포 50일 전인 지난해 10월 14일 김 전 장관으로부터 ‘노상원 장군이 하는 일을 잘 도우라’고 지시받았다.

당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문 사령관에게 극비 임무에 나설 병력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제시한 근거가 ‘대규모 탈북 징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문 사령관이 휘하 대령들을 통해 선관위 점거 요원들을 선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북한의 오물 풍선을 언급하며 휘하 부대가 계엄 관련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대비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여 사령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오물 풍선을 통한 북한의 도발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방첩사 처·실장의 음주 자제와 항시 연락받아 소통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계엄 당일 오전에도 방첩사 참모장에게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북한 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 사령관이 지휘한 방첩사 병력은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조로 꾸려져 계엄 당시 국회, 선관위 등으로 출동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