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차례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안건이 최대 쟁점이었다. 이 안건은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이다. MBK·영풍 측은 이번에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맞서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하며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 저지에 나섰다.

표결 결과 해당 안건은 출석 의결권의 약 73.2%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최 회장이 승리했다. MBK·영풍 측이 새로 7명의 이사를 올리더라도 이사회 과반 점유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게다가 이어진 이사 선임안 투표에서도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이 모두 과반 득표를 얻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MBK·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은 각각 20∼30% 찬성 득표로 상위 7위 안에 들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최 회장 측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아연이 전날 단행한 순환출자로 지분율이 25.42%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높다. 그러나 전날 조치로 MBK·영풍 측의 의결권 효력이 있는 지분이 40.97%에서 15.55%로 축소되면서 패배했다.

전날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 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이 경우 상법 369조 3항에 따라,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진다.

그러나 MBK·영풍 측은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해당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MBK·영풍 측은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