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경 빠르게 이뤄지면 경기 하방 압력 완충”

국회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 주최 토론회
“정치 불확실성·부양책·美 경제정책이 성장률 좌우”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24일 국회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경제 전반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경제 하방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재차 언급됐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가 공동주최한 ‘12.3 계엄 이후 경제·민생 및 외교안보 상황 토론회’에서 김대용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장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 시기, 규모, 대상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며 “예를 들어 여야정 합의를 통해 추경 등 경제정책이 빠른 속도로 추진된다면 경기 하방압력을 상당 부분 완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팀장은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시기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전개 등을 추가로 살펴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은은 1년에 총 네 번(2월, 5월, 8월, 11월)에 걸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공개한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되고 이에 따라 내수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받을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정치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만약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완화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크기도 더 작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추경이 빠르게 이뤄지고 정치적 불안정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된다면 추후 발표되는 경제전망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는 최근 추경을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추경 자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상황이다. 예산안 통과 이후 줄곧 추경을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지역사랑상품권 개정안을 당론발의하며 정부에 추경 편성을 압박하고 있고, 추경 반대 입장을 지속하던 국민의힘도 1분기 이후 추경 논의를 할 수 있다며 ‘예산 조기집행’으로 일관하던 기존의 주장을 수정했다.

추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어서다. 지난 20일 이례적으로 나온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직전 발표였던 1.9%에서 0.2~0.3%포인트(p) 내린 1.6~1.7%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는 직전 전망보다 0.4%p 내린 1.8%, IMF와 OECD 등 국제기구들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최대 0.3%p 하향조정했다.

서울 시내 빈 상가. [연합]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신관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실제 국내 경제 상황은 모든 분야에서 내림세가 뚜렷하다.

신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비상계엄 직후 최대 5.6% 하락 이후 회복했으나 이후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지난해 말까지 재차 하락했다. 거래대금도 전월 대비 감소했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8.9%까지 떨어졌다.

외환시장은 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하면서 지난달 27일 기준 1487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내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중이다. 투자와 소비 또한 환율의 영향을 받는데 실질환율이 1% 상승 시 설비투자는 0.7% 감소하고 민간소비도 0.0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외신인도 또한 불안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국채를 발행한 국가가 부도를 낼 경우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내는 수수료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계엄 직후 변동성이 확대됐다. 피치,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는 지난 9일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다 보니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누리기도 힘든 처지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으나 계엄 이후 기업어음 금리와 회사채 금리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희석됐다. 기업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회사채 스프레드 역시 계엄 이후에 올라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비상계엄 이후 국채 선물시장에서 18조90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계엄 이전 한 달간은 국채선물을 21조원 순매수했으나 계엄 이후 12월에는 순매도로 전환했다. 신 교수는 “환율 급등에도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그럼에도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이 국채를 매도하는 현상은 우려할 만하다”면서 “원화 국채 시장이 환율급등을 가져오고 이것이 또 다른 환율 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고용 한파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이 갑소한 반면 실업자수 17만1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12울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대비 12.3p 급락해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같은 지수 하락 폭은 코로나19 이후 최대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비상계엄 이후 소상공인 83.2%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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