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월지 서편 건물은 왕의 공간으로 추정
추가 발견 수정 목걸이…사로국 의례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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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궁과 월지 조사구역 구획도 및 발굴조사 유구 배치도 [국가유산청]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경주의 역사가 다시 쓰인다. 왕위 계승자인 신라 태자가 머물던 동궁의 위치가 새롭게 밝혀졌다.
국가유산청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6일 동궁이 기존에 알려졌던 월지 서편(사진·Ⅰ-가지구, A건물지)이 아닌, 월지 동편(Ⅱ-나지구)에 위치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당초 동궁이 위치한 것으로 보였던 월지 서편의 대형 건물지는 그간 월성의 동쪽 방향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태자의 공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주변보다 높게 조성된 대지 위에 위치하고, 건물 자체의 위계도 높은 점 등으로 동궁으로 확정 짓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월지 동편에서 서편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의 건물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월지 동편 건물지를 동궁으로, 당초 동궁으로 추정했던 월지 서편 건물지는 왕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게 됐다. 동편과 서편의 건물지 두 공간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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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물 출토 위치 [국가유산청] |
새롭게 동궁의 위치로 밝혀진 월지 동편에서 복도식 건물에 둘러싸인 건물지와 그 앞에 펼쳐진 넓은 마당시설, 내부에 별도로 조성된 정원 안의 못도 함께 발견됐다. 또 이 동궁의 원지가 기존 ‘동궁과 월지’와 연결되지 않고 별도로 운영돼 독립된 배수 체계를 갖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최근 추가 조사에서 의미심장한 유물도 추가로 출토됐다. 지난해 10월 연구진은 의례 제물로 바쳐진 개의 유해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 또 다른 개 한 마리를 더 확인했다. 그 주변에서 수정 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와 둥근고리칼, 상어 이빨과 함께 1200여 알이나 되는 콩들도 발굴했다.
특히 당시 고급품인 옻칠된 나무상자에서 확인한 수정 목걸이는 수정이 꿰어진 실까지 함께 발견돼 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연구진은 이 수정 목걸이가 진한 12국 하나로서 경주 일대에 형성된 초기 국가 단계인 사로국 시기 신라의 의례 모습을 밝히는 주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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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 [국가유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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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목걸이에 수정이 꿰어진 실까지 발견됐다. [국가유산청] |
이 외에도 천 년의 시간을 지나 신라 왕궁과 의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국가유산청은 서울 코엑스에서 신라 왕성인 월성의 성벽을 쌓아 올릴 때 견고한 축조를 바라며 50대 남녀를 제물로 쓴 인신공희(사람을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낸 의식·2017), 월성 해자에서 의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축소 모형 목재 배 발견(2019), 월성 내 사로국 시기의 의례 유구(2024) 등 그간 월성에서 밝혀낸 의례와 관련한 연구 내용을 되짚고 최근 추가로 찾아낸 발굴 성과를 소개하는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를 개최했다.